(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올해 카드업계 앞에 펼쳐진 상황은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카드업계는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까지 겹치며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카드업계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활성화하려 하는 한편, 간편결제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연합인포맥스는 올해 카드업계를 뒤흔든 주요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카드수수료 대폭 인하…카드업계는 '충격'

지난달 26일 카드업계를 패닉에 빠트리는 금융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금융당국은 연 매출 5억~10억 원 사이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현행 2.05%에서 1.4%로 인하하고 10억~30억 원 가맹점은 현행 2.21%에서 1.6%로 인하하기로 했다.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을 줄여 수수료를 절감하고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떠안은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취지였지만, 카드사로서는 수익성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 규모는 앞으로 3년간 1조5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카드업계는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달래기 위해 카드사를 내리막길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사 실적은 이미 감소 추세에 있다. 국내 8개 카드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4천5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4천223억 원)보다 4.0%(170억 원) 줄어들었다. 카드사 경영진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 축소와 대규모 감원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카드사 노조는 대규모 해고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 마케팅비용 축소 압박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일회성 마케팅비용을 1조~1조5천억 원가량 줄이라고도 압박하고 있다. 카드사가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는 일회성 마케팅비용을 줄이면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는 시각이다. 일회성 마케팅은 카드상품 약관에 포함되지 않은 서비스를 말한다. 올 상반기 기준 카드사의 일회성 마케팅 등 기타 마케팅비용은 5천374억 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카드업계 등이 참여하는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는 내년 1월 말께 일회성 마케팅 축소를 골자로 한 부가서비스 축소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일회성 마케팅비용을 줄이는 것은 영업하지 말란 이야기와 다름없다며 반박에 나섰다. 특히 시장점유율을 늘려야 하는 중소형 카드사로서는 일회성 비용을 줄이면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일회성 마케팅비용이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감원 칼바람'에 덜덜 떠는 카드사

카드수수료 인하는 카드업계에 구조조정 '괴담'도 촉발했다. 최근 카드업계는 구조조정에 관한 소문으로 흉흉하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업계가 감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당장 현대카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대 4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예고했다.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카드업계에 인력 구조조정이 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적의 악화일로 속에 올해 들어 이미 구조조정을 단행한 카드사도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1월 200여 명의 직원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KB국민카드도 7년 만에 20여 명에게서 희망퇴직을 받았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앞으로 감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카드 노조는 금융당국에 구조조정 방지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롯데카드 매각…잇따르는 카드사 매각설

카드업계의 경영 환경이 나빠지며 카드사 매각설에도 불을 지폈다.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공식 이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카드업계의 앞날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매각설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코스트코 품은 현대카드…카드업계 지형에 영향은?

현대카드는 지난 8월 삼성카드를 밀어내고 미국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와 손잡았다. 이로써 삼성카드와 코스트코가 지난 18년간 맺은 독점 계약은 막을 내렸다. 소비자들은 내년 5월부터 10년 동안 국내 코스트코에서 현대카드나 현금으로만 결제할 수 있게 된다. 현대카드와 코스트코의 제휴에 따라 카드업계 지형이 바뀌게 될지 주목된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바짝 뒤쫓던 삼성카드는 기세가 다소 꺾였고 4위까지 밀렸던 현대카드는 KB국민카드가 버티고 있는 3위 자리를 넘볼 수도 있게 됐다.



◇카드사, 은행으로의 귀환 시나리오 '솔솔'

KB국민카드와 하나·우리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은 다시 은행 품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카드사가 다시 은행으로 돌아가면 경영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어서다. 자체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가 은행에 합병되면 자금조달 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 이 같은 예상이 근거 없는 뜬소문은 아니다. 은행계 카드사는 과거에도 경영 악화 시 은행으로 복귀한 바 있다. KB국민·하나·우리카드는 2003년 카드 대란이 벌어졌을 당시에 은행으로 복귀했다가 다시 카드사업이 성장하면서 2009년 하나카드를 시작으로 2011년 KB국민카드, 2013년 우리카드로 분사했다.



◇박원순의 제로페이, 성공할 수 있을까…우려 속 출발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 차게 내놓은 '소상공인 간편결제(제로페이)' 시범서비스가 오는 20일 개시를 앞두고 있다. 제로페이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가맹점의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의 은행계좌에서 가맹점주의 계좌로 돈이 바로 나가는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카드 망을 거치지 않는 제로페이가 퍼질수록 카드사가 설 자리는 좁아지게 돼 카드업계로선 초미의 관심사다. 다만 제로페이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핀테크 업체 토스는 시범사업에서 빠지기로 했다. 시장에는 이미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간편결제 서비스가 나와 있다. 제로페이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유인책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이용금액에 대해 40%까지 소득공제를 해주겠다는 방침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급성장하는 간편결제 시장…지갑 없는 시대 오나

핀테크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카드업계에서도 핀테크를 기반으로 모바일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기존 카드사들도 지지 않고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는 추세다. 롯데·BC·신한 등 3개 카드사는 연내 통합형 QR코드 결제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런가 하면 간편결제 서비스와 손잡고 제휴카드를 출시하는 카드사들도 있다. 페이 이용 증가가 도리어 카드 사용액 증가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어 카드사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시름 중인 카드업계가 간편결제 업체와 제휴를 통해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험료·교육비 카드납부 신경전

지금까지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결제하지 못했던 대표적인 두 분야를 꼽자면 교육비와 보험료다. 소비자의 편의성 확대를 위해 카드납부를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좌초됐던 분야다. 올 초 교육부와 카드업계는 지난해 말 중단됐던 초·중·고등학교 교육비 카드납부 서비스를 재개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이에 따라 NH농협·신한·KB국민·BC·우리 등 5개 카드사가 올 2학기부터 교육비 카드납 서비스를 시행해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비, 급식비, 방과 후 활동비, 현장체험학습비 등 교육비 전반에 대한 자동납부가 가능해졌다. 이어 금융당국은 보험료의 카드납부 확대도 추진했지만, 보험업계와 카드업계 사이 수수료 논의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표류했다. 보험사는 보험료의 일정 금액을 카드사에 납부하도록 하는 카드결제 서비스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보험료 카드결제 서비스 확대는 최근 카드수수료율 개편으로 불발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평가다.



◇중금리대출 딜레마…새 수익원 vs 리스크 우려

최고금리가 연 20% 미만인 중금리대출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되면서 카드사들의 중금리대출 상품 출시가 이어졌다. 중금리대출은 ▲최고금리 연 20% 미만 ▲가중평균금리 16.5% ▲4등급 이하 차주에게 70% 이상 공급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상품으로, 올해 말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잔액보다 7% 이상 증가하면 안 된다는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신한·KB국민·삼성·우리·롯데 등 카드사들은 속속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중금리대출 상품을 확대할수록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중금리대출 상품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금리 상승기에 연체율이 올라갈 수 있는 위험이 크다. 카드업계의 중금리대출 시장 활성화가 수익성 창출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혹은 부실 가능성을 높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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