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중소 조선소 선수급환급보증(RG) 발급 현황을 점검한다.

시중은행들이 RG 발급 기준을 지나치게 강화해 중소 조선소들이 선수금을 받지 못하고 계약이 취소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6일 "지난달 발표한 조선업 활력 제고 방안의 후속 조치 차원에서 은행권의 중소 조선소 RG 발급 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형 조선소는 주채권 은행이 있기 때문에 RG 발행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반면 중소 조선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어 현황을 우선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RG는 조선사가 배를 수주할 때 받는 선수금을 은행이나 보험사가 보증해주는 제도다.

조선사들은 배를 수주할 때 선주로부터 뱃값의 30~70%에 해당하는 돈을 선수금 명목으로 먼저 받아 재료와 기자재를 사 배를 만든 후 납품해 잔금을 받는다.

선주들은 조선사가 선수금만 받고 배를 넘겨주지 않을 경우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선수금에 대한 은행이나 보험사의 보증을 요구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RG로, RG를 발급받지 못하는 조선사는 수주가 불가능하다.

기업회생 중인 STX의 경우 올해 상반기 배 7척에 대한 수주계약이 진행됐지만 RG를 발급받지 못하며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

중소 조선사들은 수주를 하더라도 시중은행들의 수주에 대한 수익성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RG 발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RG 발급 확대를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중소 조선사를 위한 RG 프로그램 규모를 1천억 원에서 2천억 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금융당국의 시중은행 RG 발급 현황 점검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은행권은 그러나 중소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 감소는 조선업 수주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RG 발급 감소가 조선업 불황을 야기한 것이 아니라, 조선업 불황이 RG 발급 감소로 이어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정기적으로 조선업 RG 발급 현황을 살펴보고 중소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을 독려하고 있지만 RG 발급을 요청하는 중소 조선사 자체가 현재 드물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업 불황으로 은행권이 수주에 대한 수익성 평가 기준을 강화한 데 따라 중소 조선사들이 은행에 대한 RG 발급 요청을 지레 포기한 것 같다"며 "요청을 하지도 않는데 먼저 발급해주겠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저가형 수주가 늘며 수주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라 은행들이 RG 발급을 꺼리게 됐다"며 "은행들이 중소 조선소에 대한 RG를 발급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해 정부도 어느 정도 정책자금으로 보전을 해야 발급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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