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국채시장의 수익률 곡선(커브) 역전 공포가 금융시장을 휘감았다.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서 걱정하던 10월 초나, 너무 빠르게 내려서 우려하는 지금이나, 올해 미국 국채시장에는 커브 플래트닝 우려가 깔려 있었다.

단기물에서 장기물로 갈수록 금리가 높아져 커브는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먼 미래일수록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에 만기가 길수록 통상 금리도 높다. 기울기는 금리에 따라 변한다.

단기물과 장기물의 국채수익률 격차(스프레드)가 좁혀지더니 최근에는 11년래 최대로 붙어 역전 우려까지 생겨났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년과 3년, 5년물 사이의 역전이 나타났다.

단기물 역전은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지만, 단기물 역전 이후 가장 널리 쓰이는 2년과 10년물 금리 역전이 어김없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2년과 10년. 채권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기간 스프레드다. 공포를 몰아넣은 것도 10bp에 불과한 이 두 금리 차다.

10년은 벤치마크로 대표성을 보인 데다 장기적인 전망을 반영한다. 2년은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며 단기 전망을 대변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통적인 2년과 10년(10y-2y)이 아니라 다른 기간 스프레드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10년과3개월(10y-3m)이 가장 떠오르고 있다.

2000년 이후를 보면 두 기간 스프레드 모두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1~2년 전에 역전이 일어나는 등 예언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0y-3m에 먼저 주목한 곳은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이었다.

지난 8월 샌프란시스코 연은이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할 때 10y-3m의 예측력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샌프란 연은은 다양한 기간 스프레드의 예측력을 파악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흐름을 반영하기에는 단기물을 좀 더 앞당겨서 봐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마이너스 금리 등의 비정상적인 상황은 뺐다.









마이클 바우어, 토마스 머튼스 샌프란시스코 경제학자는 "수익률 역전이 경기침체를 일으키고, 또 침체와 연관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 "그렇지만 수익률 역전은 경기침체의 믿을 만한 선행지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연준 위원들이 초점을 맞추는 2년과 10년 만기보다는 10년과 3개월 국채수익률 차이가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데 가장 유용한 기간 격차"라고 설명했다.

최근 클리블랜드 연은도 경기침체 확률을 가늠하기 위해 10y-2y보다 10y-3m를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연준 내의 이코노미스트들 조차도 만기가 18개월 이상 남은 국채는 경제성장률이나 침체 확률을 전망하는 데 더 가치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금리전략가들 사이에서도 이 지표가 조금 더 유용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 차는 50bp 수준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

2년이냐 3개월이냐 등 어느 구간을 경기침체 예측 지표로 볼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 일부에서는 커브 자체의 무용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과거 경기침체 예측했던 때와 정책과 구조적인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계속해서 단기물 발행을 늘리고 있다. 단기물 금리는 쉽게 내려올 수 없는 구조다.

10년물 국채 등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창출했고 장기물 금리를 낮췄던 글로벌 양적 완화 영향도 몇 년은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큰 만큼, 금리 인상을 빨리 멈추는 비둘기 연준이 되지 않더라도 아주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는 없다.

이런 구조적인 배경에서 쉽게 역전될 수 있는 2년보다는 더 짧은 만기의 국채로 스프레드 기간을 더 넓혀보자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커브 어디를 볼지는 어디가 맞고 어디가 틀리는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향후 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커브 역전이 '늑대의 탈을 쓴 양'이 될 수 있다는 골드만삭스의 지적처럼, 뼈아프게 참고는 하되 과도할 정도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곽세연)

sykwak@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