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후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가 관련 제도 도입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대여거래를 중지한다고 선언해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민연금 환오픈과 주요 연기금의 국내주식 투자성과 부진, 감사원의 연기금 대상 감사 강화 등도 올해 자산운용업계를 뜨겁게 달군 화두였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7월 30일 격론 끝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기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우선 도입하고, 경영 참여 주주권은 제반여건이 구비된 후에 이행방안을 마련하되 그 전이라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경우에는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국민연금이 임원의 선임·해임·직무정지, 합병·분할, 자산 처분, 회사 해산 등에도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다른 연기금들 사이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경과를 지켜보고 관련 규정을 준비해 내년 상반기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한다.

사학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내년 이후 도입할 예정이며 시행에 따르는 효과와 기관 특성, 관련 규정 등을 검토 중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자산운용정책서(IPS)를 개정해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근거조항을 넣었고, 의결권 행사안건 의사결정 기구인 의결권행사협의회도 신설했다.



◇국민연금, 국내 주식대여 거래 중지

국민연금이 18년 만에 국내 주식대여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올해 10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이 지난 22일부터 국내 주식대여 신규 거래를 중지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기존 대여주식은 계약 관계를 고려해 연말까지 해소할 계획"이라며 "상황을 면밀하게 고려한 끝에 주식대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대여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통해 공단의 주식대여가 공매도를 부르고 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공단도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싸게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 102조에 따라 2000년 4월부터 주식·채권 대여거래를 시행했다. 해외 대여거래는 2005년 6월부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연평균 대여 잔고는 약 6천억 원 수준으로, 국내 주식대여 거래 중단은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로 얻는 수익보다 국민의 신뢰를 더 중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연금, 올해 말 완전 환오픈

국민연금은 기존에 해외주식과 해외 대체투자, 해외 채권을 대상으로 단행하던 환 헤지의 비율을 올해 말까지 0%로 변경할 방침이다.

공단은 2014년 말 해외주식과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 대해선 완전 환 오픈을 했고, 해외 채권은 지난해 목표 환 헤지 비율을 100%에서 50%로 낮춘 데 이어 올해 0%로 조정할 방침이다.

올해 7월 말 현재 국민연금 해외 채권 헤지 대상 금액은 총 221억4천만 달러로, 이중 국민연금은 20.9%인 46억3천만 달러만 환 헤지한 상태다.

환 오픈 전략은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때는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상승할 때는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국민연금이 환율 변동에 따른 단기적인 환 손실 가능성과 이에 따른 외부 감사 기관과 언론의 비판 가능성에도 환 오픈을 단행하는 것은 해외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외에서 난 수익을 현지에서 픽스하고 재투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원화 가치의 장기적이고 추세적인 절상 상황을 고려할 때 근본적인 환위험 관리 대책 수립이 어렵고, 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현물환과 외환스와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온 점도 해외자산에 대한 환 노출을 시행하게 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연기금, 국내주식 투자 '마이너스'

올해 주요 연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이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주요국의 무역분쟁, 통화 긴축, 부실 신흥국 신용위험 고조 등으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특히 10월에는 미국의 긴축과 주가 급락 여파로 벤치마크인 코스피와 코스피200이 폭락하면서 주요 연기금의 수익률도 급락했다.

사학연금의 경우 10월 국내주식 직접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18.60%, 간접투자 수익률은 -17.21%로 각각 전월 대비 12.74%포인트, 10.91%포인트 하락했다.

공무원연금은 10월 국내주식 직접투자 수익률이 -17.40%로 전월 대비 11.40%포인트, 간접투자 수익률은 -18.50%로 12.40%포인트 떨어졌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의 국내주식 운용성과가 10월 폭락 장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모습을 보인 만큼, 이달 말 10월 국내주식 수익률을 공표하는 국민연금도 부진한 모습을 보일 공산이 크다.

국민연금의 올해 9월 국내주식 수익률은 -5.04%로, 전월의 -5.14%에 비해선 소폭 개선됐지만, 지난해 전체 수익률 25.88%는 큰 폭으로 밑돌았다.

◇감사원, 주요 연기금 감사 강화

감사원은 지난해 주요 연기금 중 국민연금만 감사했지만, 올해는 국민연금은 물론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3대 공적 연기금으로 감사 대상을 확대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감사에선 부정확한 기준으로 해외 채권 거래기관과 해외증권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던 사실이 다수 적발됐다.

사학연금은 부정확한 재무제표로 해외증권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사학연금은 지난 2015년 3월 6일과 2016년 3월 18일 해외증권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면서 기말 재무제표보다 신뢰성이 낮은 분기 재무제표를 사용했다.

올해 8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무원연금·사학연금 기관운영감사 공개문에선 두 기관이 보수규정을 어기고 급여와 수당을 과다하게 지급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된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난해 국민연금에 이어 올해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다른 공적 연기금도 감사했다"며 "기금운용뿐 아니라 연금 업무 전반에 걸친 종합감사가 실시되는 등 주요 연기금을 대상으로 한 감사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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