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대규모 만기 등 공급 부족에 커브까지 플랫된 영향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크레디트 채권의 강세가 신용등급이 우량한 여신금융채(여전채)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6일 통화정책 이벤트 이후 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익률곡선이 평탄화(플래트닝)된 가운데 크레디트 채권의 상대적인 캐리 매력이 부각된 것으로 해석했다. 여전채는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발행한 채권이다.

또한, 이달에는 채권 대량 만기가 돌아와 공급이 적은 데 비해 크레디트 채권 등에 대한 수요는 많아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인포맥스 시가평가 매트릭스 종합(화면번호 4743)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3년 대비 AA-등급 여전채 3년 금리 스프레드는 53.3bp를 기록하며 연중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11월 초 62bp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약 10bp 가까이 축소됐다.

국고채 3년 대비 AA-등급 회사채 3년 금리 스프레드도 11월 초 50bp 수준에서 전일 45.3bp까지 줄었다.







<2018년 3년 만기 국고채·여전채(AA-) 금리 스프레드 추이(단위:bp)>



시장참가자들은 12월 대규모 채권 만기와 국고채 수익률 곡선 플랫으로 수요가 크레디트 물로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인포맥스 발행 만기 통계추이(화면번호 4237)에 따르면 이달에는 국고채와 통안채, 회사채 등을 비롯해 약 16조 원의 채권 발행이 예정된 데 비해 만기는 약 55조 원에 달하면서 순발행이 마이너스(-) 39조 원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12월 수급은 롱(매수)으로 쏠렸다"며 "국고와 통안, 은행, 크레디트 채권 등 순발행이 -37조 원이 넘는다"며 "주택저당증권(MBS)도 그렇고 여전채도 그렇고 전부 수요가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가 많다 보니 증권사 영업팀들의 과당경쟁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B 증권사의 채권 중개인은 "최근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줄면서 세게 거래되는 물건들이 많이 보인다"며 "물건 자체가 많이 없으니 선호 구간 물건은 ELS 원금북 운용부서나 구조화 부서 쪽에서 세게 사들이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특은채나 특수채도 발행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금리가 강하게 발행돼도 어쩔 수 없이 사는 상황 같다"며 "물건이 잘 나가니까 증권사 영업팀들은 먼저 찍고(물건을 받고) 유통시장에서 소화하는데 요즘은 거의 다 소화된다"고 말했다.

수요가 많다 보니 발행사가 낮은 금리를 불러도 발행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보는 의견이 있지만, 이런 과당경쟁이 시장의 가격 왜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C 증권사의 채권 중개인은 "중소기업은행채의 경우 최근 사전 수요를 시장 가격보다 높게 태핑했다"며 "3년물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증권사들의 '찍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찍팔'이란 채권시장 은어로 실수요에 대한 조사 없이 일단 물건을 받은 뒤 유통시장에서 이를 팔아 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받은 물건이 유통시장에서 소화되면 상관없지만, 소화가 안 될 경우 물건이 헐값에 나오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그는 "이 경우 실수요자가 물건을 받지 못하고 왜곡된 가격이 형성되는 등 가격 발견기능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최근엔 워낙 경쟁이 치열해 기본 수요가 없더라도 일단 물건을 받은 후 팔기 시작하는데 실수요를 조사하고 물건을 받으려면 오히려 손실을 보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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