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급락한 배경에는 장기물 국채에 매도(숏) 포지션을 취한 투기세력들의 '고통스러운' 숏 스퀴즈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마켓워치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다른 레버리지 투기세력은 미국 장기물 국채에 상당한 매도 포지션을 취해왔다. 물가상승 압력과 미국의 탄탄한 경제성장세가 미국 국채금리를 계속 상승세로 이끌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은 이후 10년물 금리가 급격히 하락했는데 그 원인으로 숏 스퀴즈가 지목되고 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분석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10년물 금리가 장 중 10bp 가까이 급락한 것은 '전형적인 숏 스퀴즈'라고 진단했다.

시포트글로벌증권의 톰 디 갈로마 미국 국채 트레이딩 디렉터는 4일 10년물 금리의 급락세에 대해 "이날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묻는 전화를 올해 내내 받았던 것보다 더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와 투기세력은 미국 장기물 국채에 대해 이미 매도 포지션의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던 터였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10년물 국채 선물에 대한 순매도 베팅액은 지난달 27일까지 일주일간 28만4천233계약으로 줄었다. 이는 9월 25일까지 일주일간 체결된 75만6316계약과 비교하면 규모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달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물가상승 기대감도 약해진 데다 파월 의장이 기존의 매파적 입장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인 영향이 컸다.

게다가 채권 트레이더들은 지난달 초 10년물 금리가 3.261%로 7년래 최고치를 찍은 시점에 투기세력이 매도 포지션의 규모를 지나치게 늘렸다고 지적했다.

알리안츠 투자운용의 찰스 리플리 선임 투자전략가는 "어떤 방향이든 채권시장에서 지나치게 멀리 가는 경향이 있으면 결국에는 방향이 뒤집히게 된다"며 자산 가격이 오랫동안 한 방향으로 달린 통계 여건이라면 결국 평균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톤앤맥카시 러서치 어소시에이츠의 존 카나반 시장 전략가는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은 장기물 미국 국채의 숏 커버링 신호"라며 30년물 국채 선물의 미결제약정이 지난 4거래일 동안 약 16%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결제약정이 줄면서 채권선물 가격이 오르는 것은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투기세력과 헤지펀드가 미국 국채시장의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미결제약정은 선물 계약을 사거나 판 뒤 이를 반대매매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제되지 않고 남아 있는 선물 계약인 셈이다.

마켓워치는 "많은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투기세력은 자산 가격이 급변하면 강제 매매를 당할 수 있어 시장의 변동성은 한동안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이든앤라이젤의 짐 사르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부 투기세력이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매도 포지션을 구축하는 바람에 최근 장기물 국채의 숏 스퀴즈가 일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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