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이 감산 규모 합의에 난항을 겪으며 큰 폭 하락했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40달러(2.6%) 하락한 51.4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이날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된 OPEC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주요 산유국 회동에서의 감산 규모를 주시하고 있다.

OPEC과 회원국들이 이날 회의에서 감산 규모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가운데, 시장의 기대보다 작은 규모의 감산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불안이 증폭됐다.

주요 산유국들은 이날 감산을 단행한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확정하지 못했다.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 팔리 에너지부 장관은 하루평균 100만 배럴가량의 감산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 앨버타주의 하루평균 32만5천 배럴 감산 등을 고려하면 이 정도 감산이 충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앞서 OPEC 경제위원회가 권고한 감산 규모 하루평균 130만 배럴에 못 미치는 규모다. 시장에서도 유가 하락세를 멈추기 위해서는 하루평균 130만 배럴~140만 배럴의 감산이 필요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마저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알 팔리 장관은 "감산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오늘은 물론 내일까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산유국인 러시아가 여전히 큰 폭의 감산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 유전의 겨울철 강추위를 고려하면 러시아의 감산이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2거래일째 큰 폭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위험자산이 전반적으로 약세인 점도 유가 하락을 압박했다.

중국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孟晩舟)가 미국의 요구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으로 양국의 갈등 우려가 확산했다.

미국은 화훼이의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의 대립 우려가 커지면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800포인트가량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에도 미·중 간 무역 협상 회의론과 미 국채 금리 역전 우려 등으로 급락했었다.

다만 미국의 원유 재고가 11주 만에 증가세를 멈춘 점은 유가의 하락 압력을 완화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약 732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원유재고는 앞선 주까지 10주 연속 증가했다.

WTI는 장중 한때 4% 넘게 떨어지기도 했지만, 미 재고지표 발표 이후 낙폭을 다소 줄였다. 또 오후장에서 뉴욕증시 주요 지수도 낙폭을 줄이면서 유가도 소폭 반등해 마감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산유국의 최종 감산 규모를 주시하는 중이다.

어케인 캐피탈의 존 키들루프 창립자는 "100만 배럴 감산은 명백하게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면서 "산유국 내에 혼란이 있는 게 분명하며, 의견이 통일되기보다는 이견이 있는 것이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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