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사외이사 추천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오던 은행권 노동조합 움직임이 주춤해졌다.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후보자 물색을 계속하고 있지만 경영진과 주주들을 설득할만한 이력을 갖춘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여기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 혁신과제로 추진해온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도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도 가라앉은 상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추천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물색 중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은행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해왔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자문위원들과 마땅한 후보군을 계속 찾고 있다"며 "이사회에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후보를 찾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고 내년 3월 주총이 아니더라도 지속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추천해온 후보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시절이던 2012년 처음으로 노조가 추천했던 김진 변호사는 민변 노동사회 위원장 자격으로 최근 출범한 문재인 정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추천했던 하승수 변호사는 이번 정부의 개헌안을 자문할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올해 초 이병남 전 사외이사 후임으로 추천한 권순원 교수는 최근 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 모두 주주총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후보자 추천만큼은 적절했다는 게 은행권의 평가다.

그간 사외이사 추천을 추진하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DGB금융 노조도 사측과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지만 가장 큰 고민은 후보자 찾기다.

일각에선 금융노조 차원의 사외이사 추천 풀(pool)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별 금융회사 노조가 적합한 사외이사 후보군을 마련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제도 도입을 위해선 은행들도 적시에 추천할 수 있는 사외이사 풀을 구성해야 하는데 서치펌이나 자문위원의 도움을 받더라도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긴 힘들다"며 "산별노조 차원에서 풀을 구성해 은행이 그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내다봤다.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금감원도 공청회 일정을 잡지 못하며 당초 야심 차게 추진할 것 같은 기류가 반감되자 제도 자체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에는 한국경제연구원이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으로 노사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에 거부감을 드러내 온 은행 등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내년에도 적극적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기 어렵다면 사실상 이번 정부에서 관련 제도를 도입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노사 협력 강도가 높지 않은 우리나라가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받아들이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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