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시장의 유동성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주 들어서는 미국 국채의 호가 숫자도 줄어들며 유동성 부족 현상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토로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 주식시장 급락 등 시장 혼란이 가중되며 채권시장 등의 유동성에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날 거래만 해도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불균형으로 채권과 여타 자산 간의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전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WSJ을 통해 여러 시장의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하는 게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례적인 것은 회사채와 고금리채권 등 채권을 추적하는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의 순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일례로 SPDR 중기 회사채 ETF의 순 자산 가치는 33.01달러였으나 최근 거래 수준이 32.7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월라베스 캐피털의 모히트 바자 디렉터는 "이런 상품에 대해 매수자가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징후"라고 평가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자문은 "낮은 유동성은 당면한 가장 큰 고민"이라며 "잠재적인 '블랙 스완'을 찾는다면 사람들이 스스로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기본적인 유동성조차 없다는 것을 발견할 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슐러 파이낸셜의 래리 페루지 전무이사는 "투자자가 채권으로 몰렸고, 이로 인해 채권 유동성에 부담이 커졌다"며 "일부 거래는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투자자 일부는 채권 트레이더들을 찾으며 자신을 (채권시장에서) 꺼내 달라고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질서정연한 게 없다. 부담스러운 한 주"라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는 채권 포트폴리오를 줄이기로 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정이 금리인상 만큼이나 시장 유동성 고갈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매달 500억 달러가량씩을 금융 시스템에서 빼가고 있다. 현재 국채와 모기지 채권의 보유 규모는 3조9천100억 달러로, 보유자산 감축을 결정했던 지난 2017년 9월 4조2천400억 달러보다 줄었다.

리언스번스타인의 더그 피블스 채권 CIO는 "연준 보유자산 감축은 금융시장에 압박이 되고 있다"며 "그것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좋은 게 아니다"고 평가했다.

연말로 접어들며 회사채 등의 거래가 더욱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포트폴리오와 운용 실적의 손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 수요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펜 뮤추얼 자산운용의 지웨이 렌 매니저는 "최근 며칠 채권과 주식 선물을 거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주 초에는 GE 회사채 매도가 어려웠다. 스크린상의 가격이 투자자가 기꺼이 지불하려는 수준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유동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그것을 잡으려면 사라져 버린다"고 토로했다.

WSJ은 일반적으로 거래가 수월한 국채와 모기지 채권 등의 유동성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매수와 매도 주문을 집행하는 데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리고, 스크린상에서 볼 수 있는 호가 숫자도 줄었다고 말한다.

일부 참가자는 "거래 지연으로 인해 딜러들이 자동화된 가격 호가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화 가격 호가는 기관들이 변동성 장세에서 자금 손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매뉴라이프 자산운용에서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운용하는 마이클 로리지오는 "거래 플랫폼마다 거래 결과가 다르고, 딜러마다도 달라진다"며 "변동성이 커질 때 거래 상대방이 더욱 많은 것을 원한다고 비난할 수도 없다. 지금은 정상적인 거래 환경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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