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금리는 연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진 데다 정부가 국채매입(바이백) 규모를 늘리기로 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희석된다는 우려가 커졌다.

7일 기획재정부는 올해 들어온 초과 세수로 4조원 규모의 국고채를 연내 상환하기로 했다.

이로써 이달 총 상환 금액은 당초 4조원에서 8조원으로 늘어났다.

정부의 바이백 발표가 나온 후 만기가 짧은 국고채 일부 비지표물은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국고채 3년 비지표물 16-7호는 1.741%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경로는 다양한 통로로 나타난다. 이 중 가장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나타나는 게 금리 경로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하할 경우 단기시장금리와 함께 장기시장금리, 은행 여·수신 금리도 하락하여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늘어난다. 생산 증대,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반대로 한은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유동성이 조절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투자 주체의 기대를 관리하기도 한다. 기대경로는 중앙은행이 현재 시점에서 정책금리를 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미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경기전망 및 인플레이션 기대를 변화시켜서 소비와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즉,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는 시장금리가 함께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셈이다.

한은의 기대와는 달리 기준금리가 인상된 후 시장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30일 대비 전 거래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8bp, 10년물은 12.8bp 각각 떨어졌다.

기준금리와 국고채 1년 스프레드는 5.7bp 수준에 그쳤고, 10년물과의 스프레드도 23.2bp에 불과하다.

통화정책 파급 효과는 1년 이상에 걸쳐서 천천히 나타난다. 파급 효과를 언급하기에는 이르지만 이번 금리 인상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채권 가격으로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의 향후 기대를 바꾸지는 못했다"며 "한은이 적절한 신호를 보내지 못한 셈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 연준은 통화정책을 시그널링 효과를 제시하는 정도로 인식하는데 한은은 커뮤니케이션에도 실패하고 금리 인상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채권 금리가 예상보다도 더 크게 하락한 건 11월 금리 인상을 해야 했었나 하는 문제가 반영된 결과다"며 "경기사이클로만 보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었는데, 비자발적으로 금리를 올린 부분이 금리 하락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금리는 미래 기준금리의 기대치가 반영된 것이다"며 "시장의 기대에 맞게 금리를 올리면 되는데 지금은 경기둔화 우려가 있던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다 보니 경기 침체 우려에 금리가 더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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