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소시민으로 또 다른 유쾌한 반란을 향해 간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지난 1년 6개월 동안 우리나라 경제 운용을 책임져 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물러나면서 공직자로서 소신 있게 처신할 것을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기획재정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임사에서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고 어려움은 상시화될 것이다"며 "이런 상황을 국민께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용기는 실력이 뒷받침되는 자기중심(中心)이 서야 나온다"며 "논란과 비판이 있더라도 자기중심에서 나오는 소신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소신대로 할 수 없을 때 그만두겠다는 것은 작은 용기다"며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바치는 헌신이야말로 큰 용기다"고 말했다.

'용기는 고난 아래서의 기품이다'고 정의한 헤밍웨이의 말은 인용하면서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과제에 기품 있게 맞서기 바란다"라고도 했다.

김 부총리는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데 역점을 둬 달라고도 당부했다.

그는 "시장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며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시장은 스스로 사전 대비를 할 수 있고, 투자와 고용, 심지어는 위험부담에 대한 의사결정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책의 출발점은 경제 상황과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이다"고 강조하면서 "그 토대 위에서 일관되고 시장에서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부총리는 정책적 상상력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상력이 부재하면 기존의 생각과 방식을 따르게 마련이다"고 지적하고, "창조적 파괴는 시장에서만이 아니라 정부 안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속에 형성된 기득권의 틀을 깨야 한다"라고도 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해 준 기재부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미흡한 결과가 있다면 오롯이 제 능력이 부족했던 탓이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이제 저는 평범한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면서 "가뿐한 행장(行裝)으로 떠난다. 제 인생의 또 다른 '유쾌한 반란'을 향해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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