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지난 10년간 미국 증시 강세장에 기여했던 '저가매수' 전략을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2000년채 초반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 1980년대 이후부터 전통적으로 주간 상승률이 마이너스(-)면 그 다음 주에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도 이 같은 저가매수 전략은 유효한 투자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S&P500 지수는 주간 기준으로 하락한 다음 날 평균 0.04%포인트 더 떨어지며 기존의 흐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S&P500 지수가 일주일간 하락한 이후에도 내림세가 이어지는 것은 닷컴버블이 막바지던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이라고 모건스탠리가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증시가 일주일간 하락한 후 의미 있게 반등하지 못한 경우는 역사적으로 약세장이 시작되거나 한창이던 때뿐이었다"며 "1982년과 1990년, 2002년처럼 일부 기간에는 약세장과 함께 경기침체도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WSJ은 가격이 낮아진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지 않는 것은 강세장이 끝나간다고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과거보다 더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S&P500 지수는 지난주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올해 총 수익률이 마이너스 1.5%가 됐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1.3%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뉘버거 베르만의 조셉 아마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강세장) 사이클의 후반부에 가까워질수록 주가 하락이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그것은 오히려 끝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는 여전히 확장세에 있지만 확장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도 저가매수에 더 미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올해 거래일이 3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투자 펀드들이 벤치마크를 따라잡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이유다.

저가매수 전략이 급속도로 사라진 곳은 특히 미국 기술주 분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애플이나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대형 기술주는 투자자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격적으로 매입했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20% 넘는 급락세를 겪으면서 저가매수 전략도 모습을 감췄다.

지난 11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 가운데 18%만 글로벌 기술주에 대해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 달 전의 25%에서 하락한 수치이자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비율이다.

BMO캐피털마켓츠가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선 44%의 트레이더가 저가매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는 역사적인 평균 49%를 밑도는 수치다. 또 15%의 트레이더는 가격이 하락할 경우 매도에 나서겠다고 응답했는데 이 또한 평균치 10%를 웃도는 것이다.

WSJ은 "여전히 일부 트레이더나 펀드 매니저는 저가매수가 유효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시장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모습이 많아지고 있다"며 "강세장을 예상하는 투자자조차 승자가 될 주식을 살 기회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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