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좀 더 강하게 드러냈다.

KDI는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지면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올해 8월까지만 해도 '경기 개선'으로 평가했던 KDI는 9월부터 '경기 개선' 문구를 뺐고, 지난달에는 경기둔화를 언급하면서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경기 하강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다만, 지난달에 경기둔화의 정도를 '다소'로 평가했던 KDI는 이번 달에는 '점진적'으로 진단하면서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봤다.

내수는 추석 연휴의 이동으로 증가 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됐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부진하다고 진단했고,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품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다소 완만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전반적인 경기에 대해서는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일시적 요인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산업생산의 증가세는 미약하다"고 봤다.

10월 전산업생산은 조업일수의 증가에 따라 6.7%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추석 연휴 이동의 영향이 배제된 9~10월 평균으로는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월 제조업 출하도 일시적 요인에 의해 전월의 감소에서 큰 폭의 증가로 전환됐고,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소비와 관련해선 "소비 증가세가 약화하는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도 기준치를 하회하면서 다소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10월 소매판매액과 서비스업생산은 전년동월대비 각각 5.0%와 5.4% 증가했지만, 주로 추석 연휴 이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

9~10월 평균으로 각각 2.7%와 1.9%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점차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KDI는 분석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의 99.5보다 3.5포인트(p) 하락한 96.0을 기록하면서 기준치를 여전히 밑돌았다.

10월 설비투자는 조업일수 증가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추석 연휴 이동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부진한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고 KDI는 판단했다.

특히 10월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이 감소하고, 11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과 기계류 수입액도 감소하는 등 설비투자 선행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당분간 설비투자의 감소세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 역시 건설수주가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당분간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봤다.

KDI는 수출과 관련해서도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면서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11월 수출 증가율은 전월의 22.7%보다 낮은 4.5%에 그쳤다. 9~10월 평균인 5.7%보다 낮았다.

특히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수출 증가율은 각각 11.6%와 3.8%로 9~10월 평균 25.2%와 14.8%를 크게 밑돌았다.

KDI는 "반도체 수출가격의 하락도 수출금액 증가세 둔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9월 세계교역량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도 기준치를 하회하는 등 대외 여건도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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