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월가 전문가들은 2019년에 달러화가 내리막을 걸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달러화 가치 하락의 배경으로 꼽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비판하며 저금리와 약달러 환경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피력한 것도 달러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변수로 지목됐다.

◇ 달러-엔, 100~109엔 전망…연준 긴축 고삐

대다수 월가 투자은행(IB)은 내년에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락을 점친 기관들은 달러-엔 환율이 내년 말 100~109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달러-엔 환율이 110엔 초반대에서 움직이고 있으므로 최대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스웨덴 한델스방켄은 달러-엔 환율이 꾸준히 내려가 내년 말에 100엔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내년 말 예상치를 102엔으로 제시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는 각각 105엔과 108엔으로 추정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달러-엔 환율이 109.6엔으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연준이 경기 둔화 조짐과 시장 혼란 등을 고려해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이 약달러를 유도할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가 중립금리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하는 등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나는 듯한 태도를 내비쳤다.

연준은 이달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유력시되는데 지난 9월 세 번으로 제시한 내년 금리 인상 횟수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SG는 내년에 달러화가 하락하지 않는 것이 놀라운 일일 것이라며 정부의 재정 부양책과 성장세 둔화가 달러화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SG는 내년 봄에 달러화가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경우 위험 회피 분위기가 일면서 달러-엔 환율이 100엔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달러화가 10~15% 고평가된 상태라며 달러화 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달러화 상승세가 내년에도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유로화·엔화 강세…짓눌린 신흥국 통화 '숨통'

유로화와 엔화 강세도 달러화 가치를 떨어트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점쳐졌다.

유럽과 일본 경기가 대체로 순항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서서히 긴축으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는 것이 유로화와 엔화 강세의 원인으로 거론됐다.

ECB는 올해 말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끝내며 양적 완화 정책에 종지부를 찍는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주요국처럼 정책 금리를 상향 조정할 상황에 놓인 ECB의 금리 인상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평가된다.

BOJ는 물가가 더 높아질 때까지 통화완화 기조를 고수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익률 곡선 조작부 양적·질적 완화(QQE)' 정책으로 선회한 이후 국채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를 슬그머니 줄이고 있다.

BOJ도 통화완화 강도를 조금씩 제어하고 있으므로 엔화에 가해지는 하락 압력도 서서히 약화하는 분위기다.

BOA는 올해 달러화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면서 내년에는 유로화와 엔화가 오르고 달러화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과 연준의 긴축 정책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도 달러화 약세를 예견케 한다.

ING는 2019년에 달러화 하락 분위기가 조성되고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을 내던질 것이라며 백악관이 다른 경기 부양책을 물색하는 것도 약달러를 점치게 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오르막을 걸어온 달러화가 하락세로 전환될 경우 그간 짓눌려온 신흥국 통화가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강달러 여파로 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 인도 루피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은 올해 들어 대폭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신흥국 통화 가치가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에 힘입어 높아질 것이라며 고금리와 약달러도 신흥국 통화 강세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진단했다.

달러화 하락으로 신흥국 통화가 회복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되지만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약화하는 여파로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G는 내년에 신흥국 통화가 하락할 것으로 본다면서 시장 컨센서스보다 비관적인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 달러화 횡보·상승 주장도…성장·고금리 예측

일부 투자은행은 내년에 달러화 가치가 현재 수준을 이어가거나 상승할 것이란 소수 의견을 내놨다.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견조하고 연준이 꾸준히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강행할 수 있다면서 탄탄한 성장세와 낙관적인 전망을 근거로 제시했다.

최근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국채 수익률 곡선이 역전될 조짐을 보이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지만 이들은 성장세가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셔널뱅크오브캐나다는 내년 말 달러-엔 환율이 현재 수준인 113엔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가 올해처럼 상승하지 않겠지만 무역 갈등이 완화해야 달러화 가치의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셔널뱅크오브캐나다는 분석했다.

씨티은행은 달러-엔 환율이 6~12개월 뒤에도 113엔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

씨티은행은 달러화 가치가 향후 3개월 동안 1% 상승했다가 이후 2%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달러-엔 환율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이란 견해로 풀이된다.

HSBC는 2019년에 달러화 가치가 오를 것이란 보기 드문 전망을 내놨다.

HSBC는 미국의 성장과 연준의 금리 인상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시장이 미국의 경기 둔화를 점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직 둔화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HSBC는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달러화가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 하락할 확률은 3분의 1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달러인덱스와 달러-엔 환율 추이>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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