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유가 전망] 흔들리는 OPEC…"수급보다 정치"
[2019년 유가 전망] 흔들리는 OPEC…"수급보다 정치"
  • 진정호 기자
  • 승인 2018.12.10 13: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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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2019년 국제 원유 가격에 대한 글로벌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은 두 가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공급이 위축되는 만큼 현재 가격보단 반등할 것'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수급보단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유가 향방을 예측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원유 시장의 여건을 기준으로 내년 북해 브렌트유는 연평균 배럴당 75달러 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60달러 수준까지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7일(이하 현지시각) 끝난 정례 회의에서 석유 감산을 결정한 만큼 가격 상승 압박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OPEC의 영향력이 국제 원유 시장에서 이전보다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OPEC 내부적으로 회원국 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갈등이 커지는 데다 좌장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더 힘쓰는 모습이다. 동시에 미국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하면서 영향력을 더 늘리고 유가가 내려가도록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년 국제 유가는 단순 수급보다는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과 OPEC·러시아 등 기득권 간의 힘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또 OPEC이라는 카르텔이 이대로 와해될 것인지에 따라 출렁거릴 가능성이 크다.



◇배럴당 76달러 예상…OPEC 감산 영향

11월 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곳의 투자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내년 전망치는 연평균 배럴당 76.98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말의 전망치 77.58달러에서 하락한 수치다.

미국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에 대한 전망치도 10월 말의 배럴당 70.81달러에서 11월 말 69.98달러로 하향 조정됐다.

10일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WTI 가격은 현재 배럴당 52달러,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브렌트유는 61달러를 기록했다. 10월 전망치보단 낮아졌지만 주요 투자기관은 여전히 내년에 유가가 반등할 것으로 점치는 것이다.

지난 11월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랫츠가 11곳의 글로벌 투자은행과 원유 중개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도 브렌트유는 내년 연평균 배럴당 75.50달러 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투자기관이 내년 WTI와 브렌트유의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요 산유국이 감산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정례회동에서 OPEC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주요 산유국은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하루 평균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OPEC 회원국은 일일 평균 생산량을 80만 배럴 줄이며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은 하루 평균 40만 배럴을 감산한다. 시장은 그동안 '최소 100만 배럴'이 감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드맥킨지는 이번 감산 결정으로 내년 3분기까지 시장 수급이 빡빡해질 것이라며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바클레이즈는 지난달 투자 노트에서 "최근의 국제 유가는 하방으로 오버슈팅됐고 연말까진 반등할 것"이라며 "미국이 대이란 석유제재를 유예한 것은 180일짜리로 내년 5월 초에 재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SBC는 "OPEC은 내년에 석유 공급과잉 사태가 다시 벌어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며 "이는 브렌트유를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방어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에도 석유 수요가 탄탄하다는 점도 유가를 지탱한다.

S&P에 따르면 지난 몇 주간 글로벌 원유 재고가 늘어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5년 평균치로 수렴했다.

 


바클레이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원유 재고는 수요를 고려하면 내년까지 유가를 지지할 것"이라고 봤다.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발 무역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전 세계 일일 석유 수요가 올해 130만 배럴, 내년 140만 배럴로 견고할 것"이라며 "미국 외 지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지만, 현재까진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국제 석유 재고와 잉여생산력은 역사적 기준으로 여전히 낮은 만큼 유가를 뒷받침할 것"이라면서도 "지금보다 더 타이트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파워 게임'

하지만 국제 유가가 수급에 따라 순탄하게 반등할지는 미지수다. 최근의 유가 흐름은 글로벌 경기 여건에 따른 수급보다 미국과 OPEC 등 산유국 간의 '파워 게임'으로 좌우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OPEC의 감산에 반대하고 유가 하락을 유도하는 것은 자신의 재선과 연결돼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가의 하향 안정화로 물가상승률을 낮추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늦춰지고 금리 인상 압박이 약해져 2020년 대선 전에 미국 경기가 둔화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의 우방이자 OPEC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에 손을 내밀었다. 사우디가 감산량을 조절한다면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은 무마해주는 거래가 오갔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국제유가 흐름은 석유 시장의 펀더멘털보다 정치적 요인에 연동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언론인 암살 사건을 무마해주는 반대급부로 유가의 하향 안정을 위해 공급조정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제 석유 시장에서 미국의 '벌크업 프로젝트'는 사우디와의 밀월관계를 탄탄히 다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우디와의 동맹을 다져 뒷문을 단속하는 한편 수십 년 만에 석유 순수출국으로 돌아서면서 유가 압박 카드마저 강화했다.

지난 6일 미국 에너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원유와 정제된 석유 상품을 모두 합쳐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미국이 기록한 주간 단위 순수출량은 하루 21만1천 배럴로 집계됐다. 미국 에너지부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3년 이후 석유 수출량이 수입량을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은 미국이 주간 기준으로 1991년, 월간 기준으론 1973년부터 계속 석유 순수입국이었다고 전했다. 미국 석유연구소의 역사학자들은 그 시기가 194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고 있다.

컨설팅업체 ION 에너지는 "정말 놀랍다"며 "미국이 OPEC 회의에 사절단을 보내는 일도 자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생산량과 수출량이 급증하면서 국제 시장에서 석유 공급 방정식이 뒤집혔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스트래티직에너지&이코노믹리치는 "미국은 에너지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강해지고 있지만, 변화는 점진적일 것"이라면서도 "OPEC은 이제 감산할 때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 헤지펀드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원유 재고량이 대규모로 하락한 것도 눈에 띄지만 일일 원유 수출량이 300만 배럴을 웃돌게 됐다는 것은 정말 괄목할 만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미국과 사우디가 목표로하는 유가 범위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 물가 압력을 가속화하지 않는 동시에 사우디의 재정균형을 맞추는 가격 수준은 WTI가 연평균 배럴당 60달러 선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흔들리는 OPEC…이대로 와해되나

내년 국제 유가에 또 다른 불확실성은 기득권 카르텔인 OPEC의 결속력이 분명히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산유국인 카타르가 내년 1월부터 OPEC을 탈퇴하기로 선언한 데 이어 러시아 등의 입지가 커지면서 힘이 약해진 OPEC 소속 중소 산유국들은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OPEC의 좌장 격인 사우디의 리더십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번 회의에서 당초 목표였던 일일 1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을 끌어내 체면은 유지했지만, 미국이 이란에 다시 제재를 가한 뒤 감산분을 사우디가 벌충하면서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회원국들은 맹공을 퍼붓고 있다. 게다가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미국에 약점을 잡힌 만큼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앞으로도 전면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에는 WTI 가격이 70달러 전후일 때 유가를 언급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60달러 이하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며 "OPEC이 가격 방어 카르텔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11월 유가 폭락의 트리거가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2040년까지 OPEC은 석유 가격 결정력을 서서히 잃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의에서 베네수엘라가 신임 의장을 맡게 된 것도 OPEC을 둘러싼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OPEC이 내년 차기 의장으로 선임한 마누엘 케베도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군 장성 출신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린다.

마두로 대통령은 OPEC을 베네수엘라의 국제적 입지를 반등시키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타협보다는 반미 구호만 외치는 좌파 강경노선을 걷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는 OPEC의 입지를 더 불안하게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케베도가 회장으로 있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를 경제적으로 옥죄고 있다.

WSJ은 회원국들의 원유 생산을 조정·중재하게 될 의장에 베네수엘라를 지명한 것은 '잠재적 폭발혼합물'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 원자재 전문가 헬리마 크로프트는 "베네수엘라가 OPEC 의장을 맡은 것은 시기적으로 최악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jh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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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ggue 2019-01-11 15:21:43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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