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부회장 체포 사건으로 채권시장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아시아 기관이 발행한 투자적격등급의 회사채가 정크 등급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화웨이 회사채의 가격 불안까지 더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9일(현지시간)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에 따르면 아시아 기업이 발행하는 투자 적격 등급의 달러표시 회사채 지수는 올해 들어 1% 하락했다. 이는 가격 하락과 지급된 쿠폰 등을 고려한 수치다. 이 지수의 1% 하락률은 지난 2013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 채권지수에는 아시아에서 발행된 정크등급 바로 위의 'BBB' 채권이 44%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크레디트 품질은 악화하고 있고, 일부 채권은 수익률이 10% 넘는 수준으로 올랐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중국의 풍력발전 기업인 엔비전 에너지(Envision Energy International)의 2021년 만기 채권은 최근 수익률이 20% 이상까지 치솟았다. 거래 가격은 달러당 70센트에 형성됐다.

이렇게 시장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지난주 나온 화웨이 사건은 투자 심리를 더욱 악화하는 요인이 됐다.

화웨이의 오는 2025년 만기 달러채는 지난 6일 5.75%의 수익률로 달러당 91.35센트에 거래됐다. 연초만 해도 이 채권은 수익률이 지금보다 200bp가 낮았고, 채권 가격은 공정 가치(달러당 100센트)를 웃돌았다.

화웨이에 카메라 렌즈를 공급하는 회사인 서니 옵티칼(Sunny Optical)도 투자적격등급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연초 대비 거래 가격이 내려갔다.

일부 투자자는 더욱 많은 투자적격등급의 채권이 정크등급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ANZ에 따르면 무디스는 최근 인도의 예스 뱅크(Yes Bank)를 아시아에서만 7번째의 '타락한 천사'로 지목했다. 타락한 천사는 투자적격등급에서 정크등급으로 강등된 회사채를 뜻한다.

작년에만 해도 타락한 천사는 4개 회사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서만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채권 등급의 하향 조정이 발생하면 일부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는 채권 매도 압박을 받는다. 지난달에도 GE의 정크등급 강등 우려에 해당 회사채는 가격이 하락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 채권 투자자에게 힘든 한 해가 되고 있다"며 "심지어 더욱 안전한 (투자적격등급) 채권이라도 이를 비켜 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JP모건 홍콩의 아네 장 채권 전무는 "사람들은 이런 등급 강등 조치와 연계된 잠재적인 혼란을 두려워한다"며 "우리 고객은 그런 두려움 때문에 투자적격등급에서 가장 위험한 채권에 대해서는 큰 포지션을 가져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에게 크레디트 품질을 높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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