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거시경제 둔화와 일자리·소득분배 악화라는 거센 풍랑 속에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 홍남기호(號)가 10일 공식 출항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경제 운용을 총괄하는 경제수장의 막중한 임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날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는 김동연 부총리의 후임으로 내정된 지 딱 31일 만이다.

'무색무취', '김동연 2기'라는 세간의 지적과 비판을 뚫고, 홍남기 부총리가 이른 시일 내에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면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부총리로 내정된 직후 한 기자간담회나 청문회에서 밝힌 언급들을 보면 1기 경제팀과의 차별성은 크지 않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3축 경제정책'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게 홍 부총리의 일관된 생각이다.

다만, 홍 부총리는 시장과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보였다.

아무리 방향이 좋은 정책이더라도 시장에서 수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명확한 입장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2020년 최저임금은 지불능력이나 시장 수용성, 경제파급 영향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기-승-전-최저임금'의 덫에 걸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들었던 1기 경제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특히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까지 고려하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혁신성장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규제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하긴 했지만, 1기 경제팀의 혁신성장 성적표가 시원찮았던 것을 고려하면 혁신성장 추진에 대한 무게추가 분명히 무거워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홍 부총리가 강조하고 있는 현장과의 소통, 특히 기업들과의 소통과 만남이 실제 정책의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그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민간·기업과 부단히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매주 수요일마다 소상공인, 중소·중견·대기업, 경제 관련 협회·단체와 오찬을 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청문회를 준비하면서도 각계의 인사들과 만나면서 현안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소통하는 일을 활발히 해 왔다.

민간 경제전문가들을 만난 것은 물론 새벽 출근길 버스를 타고 소외된 현장 근로자들의 목소리도 들었다. 중소기업을 찾아 인력확보와 어음제도 개편, 대금 회수 등의 자금조달 애로사항도 경청했다.

홍 부총리의 이러한 소통 행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 현안을 논의할 경제장관회의를 경제활력회의로 이름을 바꿔 주재하면서 경제팀 내부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치열한 논의를 하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요청하는 각종 목소리를 듣기 위한 쉴 틈 없는 행보도 계속할 예정이다.

경제 운용의 또 다른 한 축인 한국은행을 직접 찾아 이주열 총재를 만나서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정책조합을 통해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협조도 당부할 예정이다.

현장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홍 부총리가 임명장을 받는 날 공정거래위원장과 금융위원장이 잇따라 현장을 찾아 관심을 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경북 포항 남구 철강산업단지에서 중소 철강업체들과 간담회를 하고,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 개선과 대·중·소 기업 간 상생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에는 CU(씨유) 편의점주들의 농성장을 예고 없이 방문하기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경남 고성군 이케이중공업을 찾아 중소 조선사 및 기자재업체 대표들과 만났다.

최 위원장은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업체의 경영 현황, 금융 애로 실태를 점검해 시중은행과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자금공급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는 이날 홍 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 관련 장관들과 수시로 만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속도감 있게 일을 진척시킬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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