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고의 분식회계로 상장실질심사 대상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실상 회계 관련 거름망 역할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기업을 비롯한 상장기업의 회계·감리 이슈가 유독 불거진 한 해였지만 그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회계처리 위반을 이유로 상장폐지에 내몰린 기업은 없었다.

11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올해 회계처리 위반을 사유로 기업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이 된 기업은 와이오엠, 신한, 경남제약, 위너지스, 민앤지, 대호에이엘, 삼성바이오로직스 7곳이었으며 한 곳을 제외하면 모두 상장폐지를 면했다.

와이오엠과 민앤지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고, 신한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이 유지됐다. 경남제약과 대호에이엘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위너지스는 회계처리 위반으로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사 대상이 됐지만 실질심사 진행중 형식요건에 의해 상장폐지됐다.

유일한 상장폐지 기업은 회계처리 위반이 퇴출 사유가 아니라 이로 인한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등 형식적 요건에 미달한 경우였다.

전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유지를 결정한 기업심사위원회도 경영의 투명성과 관련해 일부 미흡하지만 기업 계속성,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했다.

증선위가 분식회계로 조치하는 등 경영 투명성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감사기능,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선계획을 제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매출과 수익성 개선이 확인됐고 사업 전망, 수주잔고와 수주계획 등을 고려할 때 기업 계속성에 심각한 우려가 없는 점, 상당기간 내에 채무불이행 등이 현실화할 우려가 크지 않은 재무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상장 유지에 점수를 줬다.

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에서 고의 분식회계 내용보다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 상황이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과거 유가증권시장에서 '회계처리 위반'이 실질심사 사유였던 기업은 모두 상장 유지, 개선기간 부여, 실질심사 대상 제외를 받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총 17곳이 회계처리 위반으로 실질심사 도마 위에 올랐다. 2011년 신풍제약을 시작으로 대우조선해양, 대한전선, 한국항공우주, 벽산건설 등 굵직한 기업이 대상이 됐다.

심지어 파산으로 문을 닫은 벽산건설도 회계처리 위반으로 실질심사 대상이 됐을 때는 상장유지 결론이 났다. 결국 자본잠식으로 증시에서 상장폐지됐다.

상장 단계에서도 분식회계 기업이 걸러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일단 상장하면 분식회계가 드러나도 상장폐지로 직결되지 않았다.

회계처리를 위반한 코스닥업체가 자칫 상장폐지에 내몰리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거래소는 오히려 기업의 수익성, 재무 상황과 더불어 시장 불확실성에 초점을 맞췄다.

정지원 이사장은 전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이 지난달 22일 "고의분식 회계로 주식거래가 정지된 것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오래 가지 않아야 한다"고 거래소에 의견을 전달한 내용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 측은 코스닥 업체와 달리 유가증권시장의 상장기업은 회계처리 위반시 개선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2009년 이후 16건이 회계처리위반으로 상장실질심사 대상이 됐지만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3건이 개선기간을 부여받았고, 상장폐지로 연결된 사례는 없었다"며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영업, 재무적으로 실체가 있는 기업이 많아 가급적 개선기간을 부여해 상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라고 해서 특혜를 베풀거나 차별한 것이 아니라 역대로 봐서도 유가증권시장에서 회계처리 위반으로 상장폐지된 사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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