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하는 과정에서 최악의 선택지를 유보했다.

부결 가능성이 컸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를 밀어붙이는 대신, 이를 연기하는 쪽으로 선회함에 따라 일단 금융시장 충격도 제한됐다.

만약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됐을 경우에는 의원내각제 관례상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실각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브렉시트 일정이 순탄치 않아, 내년 3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우려가 점증할 것으로 점쳐진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투표를 실시하면 상당한 차이로 부결될 수 있다며 이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합의안의 안전장치(backstop)와 관련한 의회 반대 의견 등을 고려했다.

안전장치는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국경이 분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환 기간(2019년 3월 30일∼2020년 12월 31일) 동안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남아있는 것을 말한다.

민족ㆍ종교적 갈등의 골이 깊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는 하드보더(경찰·군인 등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국경) 설치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여당 강경파들이 입장에 배치된다. 이들은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포기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이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되면 제3국과 독자적인 무역협정을 맺을 수 없다는 점에서 강경파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U는 영국 정부와 함께 내놓은 브렉시트 합의문이 '유일하게 가능한 최선의 합의'라며, 재협상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터스크 EU 의장은 "영국의 비준을 용이하게 할 방안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협상 여지는 남겨뒀다.

금융시장은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형태를 정하지 못한다면, 전환 기간이 없는 노딜 브렉시트로 전개되면서 광범위한 경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는 글로벌 경제·금융시장에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무역분쟁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나빠지는 흐름은 아니다"며 "달러-원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변동성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메이 총리가 의회 비준을 끌어내는 시나리오의 확률이 가장 높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각 불신임 및 조기 총선 가능성이 커지고, 이 과정에서 브렉시트 관련 제2 국민투표 요구도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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