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국채수익률 곡선 역전이 임박하고, 유럽과 일본 경제지표가 일제히 둔화하면서 전 세계가 리세션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경제지표를 보면 아직 이러한 판단은 시기상조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BS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40년간 40개국 120개 리세션에서 리세션이 일어나기 전 소비지출, 주택가격, 은행대출, 수입, 생산성, 고용 등의 지표를 들여다본 결과 현재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는 1980년대 이후 일어난 리세션과 같은 징후는 없다고 진단했다.

UBS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로존, 일본의 지난 4개 분기 동안 지표 움직임은 1980년대 이후 나타난 리세션 중 어느 하나와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침체 이전에는 생산성과 소비지출이 둔화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미국은 이들 수치가 반등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지출은 지난 10월 전년 대비 2.9% 증가해 지난 4년 평균 증가율 2.4%를 웃돌았다. 올해 2분기와 3분기 생산성 증가율도 이번 확장기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졌으나 고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유로존의 투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지난 침체가 나타나기 전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경기 침체 징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유럽연합(EU)과의 예산안 논쟁으로 차입 금리가 급등, 이에 따라 이번 분기에 성장률이 마이너스대에 도달할 경우 기술적 침체에 진입하게 된다.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 협상이 잘못돼 영국이 무질서한 탈퇴에 직면하게 될 경우 내년 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영란은행은 경고하고 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들도 내년 미국이 리세션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JP모건은 미국의 경제지표에 따른 미국의 12개월 이내 침체 가능성은 21%로 최근 몇 달간 약간 상승했지만, 2016년 수준보다는 여전히 낮다고 판단했다.

JP모건의 부르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일부 경제지표, 예를 들어 기업 이익마진과 같은 지표는 올해 악화하기보다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둔화세에 있으며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확장세의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카스만은 3~4년 이내에 리세션 가능성은 상당히 높지만, 12개월 내 리세션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내년 글로벌 경제가 뚜렷한 둔화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경제지표가 아직은 리세션을 가리키고 있지는 않다는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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