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윤시윤 기자 = 2018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 파고 속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수년째 지속 중인 경상수지 흑자와 든든한 외환 보유액 등을 바탕으로 신흥국 대비 우수한 대외건전성이 부각했기 때문이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반도를 짓눌러왔던 지정학적 리스크도 경감했다.

반면 원화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사실상 위안화를 그대로 따라 다녔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트럼프 정부 등과의 논의를 거쳐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내년 3월에 처음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强달러, 외환시장을 삼키다.

연초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달러 약세 선호 입장과 세계 경기 호조에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기준 금리 인상 기조가 강화되고, 미국 국채 금리가 빠르게 뛰면서 달러 가치는 2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7년 달러 약세에 대한 기술적 반등, 미·중 무역분쟁, 미국의 감세 정책에 따른 경기확장 등의 요인도 달러 강세를 만든 배경이 됐다.

올해 달러 인덱스(G10)는 12월 10일까지 5.3% 올랐다. 유로화와 파운드,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 등이 모두 달러에 견줘 약세로 갔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9%까지 뛰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도 확대됐다.

달러 강세는 작년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대거 이동한 글로벌 자금을 역외로 빠르게 유출한 원흉이 되기도 했다.

◇터키 등 취약국 통화 폭락…원화는 차별화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위험자산에서 이탈하고, 이에 따라 고리가 가장 약한 취약 신흥국들의 금융시장이 상당히 불안했다.

연초에는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설이 터져 나왔고, 8월에는 미국과의 외교 문제가 겹친 터키의 리라화가 추락했다.

터키 리라화는 글로벌 투기세력의 공격을 받고 하루에 15% 폭락하기도 했다.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대외부채 등의 지표가 약한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 전반에 변동성이 커졌다.

그러나 원화의 경우에는 통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으며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오랜 기간 누적됨에 따라 거주자외화예금이 꾸준히 상단을 눌렀고, 역외 투자자들도 원화에 대해서는 차별성을 인정했다.

◇美국채 금리에 투자심리 요동

올해 미국 국채 금리에 글로벌 투자심리가 왔다 갔다 했다.

1월 말∼2월 초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가 2% 후반에서 급등하면서 위험자산 회피(리스크 오프) 심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때부터 취약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도 가시화했다.

4월 하순에는 10년물 금리가 실제 3%를 웃돌면서 다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안전자산이 아닌 원화도 가파른 약세로 반응했다.

10월에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의 '중립금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발언에 미국 국채 금리가 뛰고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조정 흐름으로 돌아선 가운데, 12월에는 미국 국채 5년-3년, 5년-2년 영역의 금리가 역전되면서 미국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2년 중심 단기물이 오른 상황에서 10년 장기 금리가 빠르게 밀리면서, 상반기 연준의 빠른 기준 금리 인상을 걱정하던 금융시장 모습은 180도 바뀌게 됐다.

◇伊정치·英브렉시트 유럽 리스크 발발

작년 유로 강세 흐름이 올해 급격하게 되돌지는 과정에서 유럽발(發) 정치 이슈도 불거졌다.

5월 이탈리아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의 연정 출범이 어려워지면서, 반 유럽연합(EU) 성향 인사들이 주목받았다.

이탈리아의 내년 재정적자 규모가 과도하다는 EU의 지적에 이탈리아 예산안과 관련된 갈등도 있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불확실성은 꾸준했다. 내년 3월 말 시작되는 전환 기간을 앞두고,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의 국경이슈 등이 주목받았다.

영국이 전환 기간 없이 곧바로 EU 테두리를 벗어나는 노딜(No-Deal)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잠재된 상황이다.

달러-원 환율은 유럽 이슈에 달러 강세로 반응했지만, 크게 민감하게 등락하지는 않았다.

◇분기 말이면 추락할까…FX 스와프 공포

외화자금시장으로 기능하는 외환(FX) 스와프가 지난 3월 추락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FX 스와프 레이트는 2월 말 마이너스(-) 0.84%에서 3월 26일 -1.69%까지 급락했고, 3월 22일에는 전일 대비 47bp 폭락한 -1.66%를 나타냈다.

보험사와 자산운용사의 해외투자에 따른 구조적 요인에, 달러 자금 수요가 많은 분기 말 시기적 요인이 더해진 결과였다.

보험사 환 헤지 요건 완화 및 기관 투자자의 환 헤지 비용 절감 노력은 1개월 롤오버 물량을 집중시켰다.

반면 달러 공급량은 줄었다. 비거주자의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매입 규모가 작년 이후 정체했고, 바젤3 등 금융규제로 외국계 은행의 역외 자금 차입이 감소했다.

역설적으로 3월 FX 스와프 폭락은 학습효과를 만들어냈다. 국민연금 등은 롤오버 물량 분산했고, 보험사는 1년물 대신 3∼6개월물을 이용하면서 점차 시장이 안정화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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