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체감하는 이도 있고, 못하는 이도 있겠지만, 미국 경기는 사상 두 번째로 긴 확장기를 보내고 있다.

2009년 6월부터 시작된 경기 확장은 지난달까지 113개월 연속 지속했다. 10년 가까이 지속한 호시절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경기는 언제나 나빴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미국 경기의 이전 최장 기록은 1991년 3월~2001년 3월의 무려 120개월이나 된다.

기록으로 치면 내년 6월까지 확장이 지속하면 타이, 7월이면 깨지지 않을 것 같던 기록을 깨고 신기록이 만들어진다.

경기가 좀 꺾이는 것 같다는 말들이 나오는 요즘, 월가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주제 중 하나는 미국의 다음 경기침체(리세션, recession) 시기다.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 시기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도, 전 세계 경제는 물론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은2020년께로 추정한다.

최근에는 장기와 단기 국채금리 차가 많이 축소되며 조만간 수익률 곡선의 역전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는 지난해 말 51bp에 달했지만, 11월 말에는 20bp로 줄었다. 최근에는 10bp 안팎에서 움직인다.

수익률 곡선 역전은 경기침체를 미리 경고하는 예측 지표로 활용됐다. 특히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익률 곡선은 앞서 경고했다.

다만 최근에는 수익률 곡선 역전과 경기침체는 상관성이 높을 뿐이지 인과관계는 아니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월가의 주요 IB(투자은행)들은 자체 모델을 개발해 경기침체 발생확률을 계산하고 있다.

대체로 향후 1년 이내에 'R'의 공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는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으로 2019년 10%, 2020년 56%, 2021년 33%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1년 이내 발생확률을 10% 내외로 매우 낮게 봤다. JP모건은 32% 정도로, 아직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추정했다.

중기적으로는 엇갈린다.

일부 IB는 3년으로 시계를 늘려도 경기침체 가능성은 50% 이하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일부 IB는 2년 후부터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6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경기침체는 경기과열 이후에 나타났다.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준은 긴축 정책을 폈고, 경기과열에 따른 과잉투자가 가져온 불균형, 유가 급등 같은 외부 충격도 경기침체의 요인이 됐다.

그렇다면 지금 경기과열일까.

미국 고용시장은 다소 과열 양상이지만, 임금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 연준 위원들조차 이런 타이트한 고용시장에서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을 수수께끼로 여길 정도다. 임금상승 압력이 높지 않으니 기대 인플레이션은 닻을 잘 내리고 있다.

기업부채 증가 속도가 우려를 다소 키우지만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최근 '타락 천사' 경고가 나오는 투자등급 최하단의 'BBB' 채권 가운데 투기등급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부정적 관찰 대상은 1.3%에 그친다.

유가는 최근 하락세를 걱정할 정도로 흐름이 바뀌었지만, 유가가 다시 급등한다 해도 유가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미치는 민감도는 사회 구조상 달라졌다.

오일쇼크를 유발했던 때와 달리 셰일오일, 전략 비축유 등 공급 충격이 올 때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많아졌다. 또 미국의 개인소비지출 가운데 유가 비중이 1970년대 9.6%에서 올해 4.2%로 급감했다. 유가가 오르면 오히려 에너지 관련 투자가 늘어나 소비위축의 부정적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한다.

경기침체가 와도 강도는 낮을 것이란 위안적인 전망도 나온다.

경기과열이나 불균형이 심할수록 더 강한 침체가 올 수밖에 없다. 현재 과열 척도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고 금융위기를 겪으며 불균형을 관리한 만큼 위험들은 잘 균형 잡혀있다. 다음 경기침체는 직전의 대침체(Great Recession)보다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있다. 연준은 제로 금리까지 금리를 낮춰본 탓에 금리를 꽤 여러 번 올렸어도 아직 절대적으로는 낮은 수준이다. 경기침체에 대응해 금리를 내릴, 정책적인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 외에 인플레이션 목표 상향조정이나 범위 설정, 물가수준 목표제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운용체계 논의도 이 때문에 진행되고 있다.

'추가적이고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주장해온 연준은 '지표 의존적'으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용, 물가, 경제 심리 등 주요 실물경제지표와 수익률 곡선 등 금융시장 지표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방향을 정해놓은 상황에서도 올해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지표 의존적인 내년에는 더 살벌한 변동성이 기다릴지 모른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