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지배구조를 '확' 바꾸기 위해 분주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관련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회사 매각, 순환출자 고리 등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이제 정기선 부사장이 승계하는 것만 남았다는 평가다.

◇지주사 몸만들기 '뚝딱뚝딱'

13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현대로보틱스는 지난 3월 사명을 현대중공업지주로 바꾸면서 지주사 체제임을 공식화했다.

지난 2016년 11월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목적으로 한 지주사 체제를 발표한 지 약 1년 반 만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계열사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을 거느리게 됐다.

그룹은 완전한 지주사 면모를 갖추기 위해 지난 8월 공정거래법을 완전히 만족하는 조처를 한다.

우선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을 준수하기 현대중공업은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뒤, 투자회사와 합병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에서 '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ㆍ현대삼호중공업'으로 바뀌게 됐다.

조선업 지주사 격인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공정거래법을 만족하는 동시에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게 됐다는 평가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3.9%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사들여 순환출자도 끊었다.

최근에는 일반지주사가 금융 자회사를 두지 못하는 것 관련해 DGB금융그룹에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하면서 약 2년에 걸친 지주사 전환작업을 마무리했다.

◇정기선 경영권 승계 '박차'

올해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승계작업이 공식화한 시기이기도 하다.

정 부사장은 지난 3월 KCC가 보유한 현대로보틱스(현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블록딜로 매입했다. 인수가는 3천540억원. 자금의 대부분은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이로써 정 부사장은 그룹의 중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3대 주주로 등극했다.

정 부사장은 당장은 아니지만 결국 정 이사장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25.8%도 물려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 이사장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가치는 1조7천억원 수준으로, 약 20% 할증되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2조원이 넘어간다. 여기서 증여세를 50% 받으면 상속세 규모는 1조원을 웃돈다.

문제는 정 부사장 보유자산이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에 그친다는 점이다.

그룹 관계자는 "정 부사장이 보유한 그룹의 비상장사 지분 등 다른 자산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1조원을 웃도는 자금을 사실상 월급이나 배당으로만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현대중공업지주가 배당성향을 70% 이상(시가배당률 5%) 유지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 정 부사장의 승계재원 마련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법무법인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이미 지주사로 지배구조를 완성한 상태인 데다 정 부사장이 보유한 자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세아그룹이나 LG그룹처럼 정공법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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