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정부 구성 때 파운드 20~30% 폭락

법인세 인상 등 정책 이행 쉽지 않을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글로벌 투자자들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빈은 강성 좌파로 현재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을 이끌고 있다.

코빈은 노동자 등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강조해온 인물로 대표 취임 직전까지 33년간 노동당 의원으로 활동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투자자들이 브렉시트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코빈이 이끄는 노동당이 차기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라고 보도했다.

코빈 대표는 노동자가 기업 이사회에 참가하고, 은행을 해체하고, 에너지 가격을 동결하고, 법인세를 인상하며, 수도, 철도, 우편 등과 같은 공익 사업체를 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베런버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코빈이 이끄는 노동당이 브렉시트 이전에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지난 한 주간 25%에서 30%로 상승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열린 신임투표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는 물론, 노동당 등 야당이 이번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키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조기 총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메이 총리는 앞서 보수당 의원들이 자신을 내칠 경우 "이익을 얻는 유일한 사람은 제러미 코빈과 존 맥도넬 예비내각 재무장관이다"라고 주장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닐 드웨인 글로벌 전략가는 "제러미 코빈 정부는 브렉시트나 노딜 브렉시트보다 훨씬 더 나쁘다"라며 "노동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파운드화가 20~30%가량 추가 하락하고, 국채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는 경제에 종말적인(apocalyptic)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모든 전문가가 이같이 암울한 전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이오인 머레이 투자 담당 헤드는 노동당 정부의 정책을 분석하기 위해 두 곳의 컨설팅 업체를 고용했다며 "다른 야당과 마찬가지로 노동당의 정책도 아이디어는 많지만, 세부적인 자금조달 방안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코빈이 조기 총선을 통해 정권을 잡더라도 사회주의적 정책을 이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데이비드 잔 유럽 채권 담당 헤드는 코빈이 총리로 선출될 경우 포트폴리오의 듀레이션을 줄일 것이라면서도 코빈이 그의 모든 정책을 이행하는 데 고전할 것이라는 점에서 "시장은 장기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보뱅크의 스테판 쿠푸만 이코노미스트는 법인세를 인상하려는 코빈의 계획이 "결코 경제를 뒤집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유화 계획도 법적 걸림돌에 직면할 수 있으며 법인세 인상도 유럽 수준에 맞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제러드 피츠패트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코빈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면 파운드화를 매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빈 정부는 경제와 (기업) 이익에 부정적이지만, 파운드화의 절하가 이를 다소 상쇄할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결과마저도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들은 앞서 보고서에서 영국이 브렉시트와 노동당 정부라는 두 가지 악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코빈 대표는 그동안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조기 총선을 추진하겠다고 압박해왔다.

현재 노동당은 메이 총리와 EU와의 재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정부 불신임안 제출 시기를 저울질하겠다는 계획이다.

조기 총선을 위해서는 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의 의원이 조기 총선 동의안에 찬성하거나, 내각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해야 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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