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면 미중 무역협상이 실패할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가 진단했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때에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를 타개하기 위한 협의가 있었지만 결국 미국은 불황을 이겨내고자 스무트-할리 관세법을 제정해 수입 관세율을 최고 400%까지 인상한 전례가 있다고 아이켄그린 교수는 12일(현지시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말했다.

당시의 사례에 비춰볼 때 미중 양국의 90일간의 무역협상 결과는 미국 경제여건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의 경기 확장의 후반 국면이 지속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때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허울뿐인 양보안(cosmetic concession)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만약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신호가 보이면 트럼프 대통령은 누군가 비판의 대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아이켄그린 교수는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주택시장은 냉각되고 있으며 금융여건도 위축되고 있어 경기침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면서 "주식시장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경기침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부양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도록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결국 중국의 희생을 담보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아이켄그린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특히 지난 1930년대 보호무역주의를 해결하고자 모인 각국 대표들처럼 미국과 중국이 각각 제시한 것들에 대한 견해차가 크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양국 간 무역적자의 '빠른 속도의 진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 언론은 '점진적인 감소'를 희망하고 있다.

백악관이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이 '매우 상당한 규모의' 농장과 에너지, 공업 수출품을 미국으로부터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중국은 성명에서 단순하게 더 많은 미국산 제품을 사겠다고 언급한 것과 비슷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식재산권(IP)과 관련한 이견이다.

미국은 중국이 즉각 강제 기술이전과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해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중국은 "양국이 무역 문제에 관해 합의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미국에 IP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슈지만 중국에는 경제모델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문제"로 "90일 안에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제로"라고 지적했다.

결국 양국이 합의를 이뤄낸다면 중국이 미국의 대두를 더 사들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하는 수준에서 끝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전망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최소한 외교적이고 상업적인 저격, 그리고 파괴적인 불확실성은 끝날 것"이라면서 "NAFTA 재협상도 이렇게 끝났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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