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요청사항을 수용하는 동시에 국내 여론을 잠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SCMP가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딜레마는 약해 보이지 않으며 (미국에)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대목이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이달 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동 이후 줄곧 감지돼왔다.

정상 회동 자리에 배석했던 미국 관료들에 따르면 당시 시 주석은 먼저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발언을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에 양보할 수 있는 무역과 관련된 사항을 상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CMP는 회동 종료 후 며칠이 지나도 중국인을 비롯한 세계인들은 당시의 내용을 확실히 알 수 없었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회동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악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회동 직후 중국이 제시한 내용과 합의 사안을 즉시 발표한 백악관과 달리 중국 상무부 및 주무부서는 며칠이 지나서야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

SCMP는 중국 정부가 무역 협상 내용을 자국민들에게 공유하는 것과 실제 무역협상에서 미국에 양보하는 내용 간의 조율에 애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 전쟁 초반 무역갈등을 미국과 중국 간 패권갈등으로 해석하며 국가주의적인 이미지를 강조해왔던 중국이 지금은 양보 내용을 그대로 노출하며 내부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을 방지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베이징 미 대사관이 온라인상에 게시한 회동 후 백악관 성명문 중문판의 확산 및 공유를 막고 있다.

정치 분석가 우 치앙은 중국 정부의 무역협상 실제 전략은 '평화 제안'이며, 미국과의 무역 전쟁 '휴전'을 얻기 위해 높은 비용을 치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후 미중 협상에서도 중국 측이 협상 내용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모호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 왕용 교수는 "(중국의) 양보는, 과대해석될 경우 중국 국내 정치에 문제를 가져오고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3개월의 협상 시간은 다소 짧은 기간으로, 여론에서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SCMP에 전했다.

홍콩과기대 데이비드 추이 정치 교수는 중국이 미국에 제안한 양보안을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고 싶지 않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심각한 정도의 양보를 해야 할 것이라는 걸 알지만, 이를 알리고 싶지 않아한다. 특히 협상 중에는 그렇다"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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