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차가웠던 증시만큼 코스닥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도 뜸했다.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 중엔 아예 상장 철회를 해버린 곳들도 있다.

◇ 코스닥 공모시장 양질 모두 뒷걸음질

17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은 총 76개로 지난해보다 2개 기업이 줄었다. 비상장 기업의 신규 상장은 71곳으로 1개 기업이 늘어났다.

당초 거래소의 코스닥 신규 상장 전망치는 스팩(SPAC)을 빼고 85개 수준이었다.

상장을 마친 곳으로 보면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이지만, 상장청구 기준으로 보면 분위기는 다르다.

코스닥에서 거래하겠다고 상장심사 청구를 한 비상장 기업은 62개로 지난해보다 20개, 24% 이상 줄었다.

공모금액 규모로는 지난해와 비교하기가 낯뜨거울 정도다.

올해 공모총액은 1조7천900억원 정도로 지난해 3조5천억원에 비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코스닥 공모총액 규모가 2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4년 1조1천802억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공모 규모가 1천억원을 초과하는 건도 1건에 불과하다. 대부분 100억~300억원 규모의 소형 딜이었다.

신규 상장 종목의 성적도 그리 좋지는 않다.

상장기업 중 공모가보다 현재가가 높은 기업은 24개에 그친다. 등락률 평균치는 8%대지만, 그나마도 현대사료(202%), 남화산업(162%), 에코마이스터(131%) 등 몇 배로 급등한 종목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장 초기 기대를 모았던 나우아이비캐피탈(-48%)이나 SV인베스트먼트(-46%) 등은 공모가 절반 가깝게 하락했다.

◇ 상장 철회만 12건…증시 침체에 회계 이슈

올해 들어 상장 철회를 한 코스닥 기업은 12곳 정도에 이른다.

최근에는 '스트리트파이터'로 유명한 일본의 게임회사 SNK가 상장 철회를 발표했다. 현재 주식시장 상황상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NK는 철회공시를 통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했지만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현재 시장 상황에 따라 대표주관회사 등의 동의로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오알켐, 그린페이퍼머티리얼홀딩스, KMH신라레저 등도 증시부진을 이유로 코스닥에서 상장 계획을 접었다.

회계감리 이슈로 상장을 연기한 곳도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9월 상장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이유는 신규 게임 개발과 회사 확대 등이었으나 업계에서는 회계감리 이슈가 문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6월부터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일반 감리를 받고 있으나 이미 철회 발표 시점까지 3개월 이상이 지난 상태였다. 상장 전 회계감리가 이 정도 걸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이슈가 종결되지 않았을 때라 더 조심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 내년엔 다를까…주목해야 할 기업은

여행사 노랑풍선은 내년 초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다.

노랑풍선은 지난 9월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11월 초에 이미 심사를 통과했다. 당초에는 연내 상장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침체된 증시 분위기를 고려해 내년 초로 다소 미룬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1월초에 상장 예심을 통과했기 때문에 6개월 이내인 내년 5월까지만 상장을 마치면 된다.

금영그룹도 내년 5월 코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미래에셋대우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이후 한국투자파트너스를 비롯해 일부 자산운용사로부터 상장 전(Pre-IPO) 투자를 받기도 했다. 투자 규모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올해 상장이 많았던 벤처캐피탈(VC) 회사의 상장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미래에셋대우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이르면 내년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LG그룹에서 2000년께 분리된 범LG가(家) 회사다. 현재는 LG그룹 3세인 구본천 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LB의 100% 자회사다.

투자 기업으로는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펄어비스나 카카오게임즈 등도 LB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았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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