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루브리컨츠·현대오일뱅크 등 대형공모주 상장 실패

코스피 공모주 수익률은 평균 2%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올해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에서 공모총액이 80% 급감했다. 조(兆) 단위의 대형공모주가 없었던 탓이다.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으로 코스피시장이 침체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 코스피 공모주 수익률은 평균 2%대를 기록했는데 이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공모주 수익률 13%와 비교하면 저조하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올해 코스피시장 수익률이 마이너스(-) 15%인 점을 감안하면 양호하다는 얘기도 있다.

◇ 코스피 공모총액 84% 급감…공모건수는 33% 감소

17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시장의 공모총액은 6천948억원으로 전년 대비 84.4% 감소했다.

코스피시장 공모총액은 2013년부터 증가하다가 올해 급감했다. 코스피 공모규모는 2013년 6천614억원, 2014년 3조4천770억원, 2015년 2조4천41억원, 2016년 4조2천586억원, 지난해 4조4천48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은 아시아나IDT, 하나제약, 우진아이엔에스, 티웨이항공, 롯데정보통신, 애경산업 등 6곳이다. 지난해 코스피시장 문을 두드린 기업 수(8곳)보다 33.3% 감소했다.

코스피시장에서 IPO가 감소한 것은 공모 규모가 큰 기업의 상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시장에서 공모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 애경산업이다. 이 회사의 공모규모는 1천979억원이다. 이어 티웨이항공(1천920억원), 롯데정보통신(1천277억원), 하나제약(1천61억원), 아시아나IDT(396억원), 우진아이엔에스(315억원) 등이다.

반면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는 조(兆) 단위 공모주가 2개 나왔다. 넷마블게임즈(2조6천617억원), ING생명(1조1천55억원) 등이다. 그 뒤를 이은 진에어의 공모총액은 3천816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올해 코스피시장에서도 SK루브리컨츠와 현대오일뱅크 등 조 단위 공모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SK루브리컨츠는 올해 4월 27일 상장 철회신고서를 공시했다. 당시 SK루브리컨츠는 "지난 4월 25~26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시행했다"며 "회사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하반기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한 증권사의 IPO 담당자는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지분가치 문제 등으로 회계감리를 받고 있다"며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이익을 과다계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대쉘베이스오일은 현대오일뱅크와 글로벌 정유회사인 쉘이 각각 지분 60%, 40%를 보유한 기업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기업에서 공동기업으로 변경하고, 연결재무제표를 수정한 상태다.

◇ 코스피시장 침체도 원인…공모주 수익률은 평균 2.4%

올해 코스피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점도 IPO 급감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초만 해도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기대감이 높았던 이유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인 기업 이익,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 친화정책,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무역정책은 강경 일변도였다"며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과열됐다. 이는 개방경제인 한국에 부담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보유자산 축소와 파월 Fed 의장의 중립금리 발언은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에 이익이 쏠리는 현상도 코스피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이 침체되면 기업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기업은 상장을 검토하거나 미룬다. 올해 코스피 침체가 공모총액 감소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올해 공모주 수익률은 평균 2%대를 기록해 공모주 투자자에게 '아쉬운' 한 해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올해 코스피 공모주 수익률은 평균 2.4%다. 작년에는 평균 12.7%를 기록했다. 우진아이엔스와 티웨이항공 수익률은 각각 -36.3%, -35.8%다.

아시아나IDT와 하나제약도 각각 -16.7%, -6.9%를 기록했다. 애경산업(95.9%)과 롯데정보통신(14.4%)만 플러스 수익률을 거뒀다.

올해 공모주 수익률을 코스피시장 수익률과 비교해 나쁘지 않다는 진단도 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지난해 코스피 공모주 수익률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코스피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았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코스피시장 침체되고 변동성이 커지면서 공모주 수익률도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공모주 수익률이 2.4%인데 코스피시장 수익률과 비교하면 선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일 기준 올해 코스피시장 수익률은 -15.1%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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