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억만장자이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 한밤중에 헨리 폴슨 당시 미국 재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더 큰 위기를 막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10일 미국 HBO는 "패닉:2008년 금융위기의 비화"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에서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폴슨 전 재무장관에게 전화를 건 일화를 소개했다고 CNBC 등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전했다.

폴슨은 그날 당국자들과 위기 돌파를 위해 고단한 하루를 보낸 후 집에 들어와 "완전히 진이 빠진 상태였다"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한밤중에 자다가 일어나 전화를 받았으며, 당시 버핏의 전화를 전혀 예상하지 못해 처음에는 누군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폴슨은 "어머니에게 워런이라는 이름의 수리공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가 나한테 왜 전화했지?'"라며 순간 엉뚱한 사람으로 착각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폴슨은 버핏이 위기 대처를 위해 은행의 자산을 매입하기보다 은행에 자본을 더 충당하는 방법을 택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의회에서 법을 만들고 있었지만, 상황은 악화했다. 우리에게는 훨씬 더 빠르고 더 강력한 어떤 것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10월 의회에서는 7천억 달러 규모의 긴급경제안정법안(EESA)이 통과됐으며, 이는 부실 은행의 자산을 매입하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가동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시장은 안정되지 않았다.

결국 버핏의 조언으로 폴슨은 10월 13일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미국 주요 은행 경영진들과 회동했다. 이 회동으로 재무부는 은행권에 2천500억 달러의 자본을 투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폴슨은 버핏이 "우리가 한 일의 시초(germ)가 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며 당시 구제금융은 대중의 반대에도 가장 성공적인 프로그램이었다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은행권에 투입된 구제금융 규모는 아마 역대 최대였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당시 "개입은 경제를 불황(depression)에서 구했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