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번 12월 회의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해주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안내)를 어떻게 수정할지 주목된다.

연준 홈페이지에 따르면 포워드 가이던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진 이후에는 금리를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한동안 유지됐다.

2015년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도 그에 따라 수정됐다.

현재 문구는 3년 전 금리 인상부터 사용해온 "점진적 인상(gradual increases)"이라는 문구다. 이는 올해 1월부터 "추가적인 점진적 인상(further gradual increases)'으로 수정해 추가 금리 인상에 좀 더 자신감을 부여한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전쟁 우려,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연준이 내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돼 해당 문구를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추가적인'이라는 표현은 올해 1월부터 사용돼 분기마다 금리 인상을 의미한다는 의미로 사용돼 이를 수정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6월 은퇴한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윌리엄 더들리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 문구를 사용하면서, "연준은 분기마다 25bp씩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스스로 빠져버렸다"라며 "연준이 아마도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문구가 향후 금리 인상의 방향은 경제지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식으로 수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과거보다 더 정책에 유연성을 확대하겠지만, 전보다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연준이 시장이 관심을 갖도록 하게 하려는 문구가 "지표에 좌우되는(Data dependent)"이라는 문구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론 연준 당국자들은 앞으로의 금리 방향은 지표에 더 의존할 것이라고 시사해왔다. 따라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연준이 포워드 가이던스로 성명서에 이를 포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연준의 고민은 과거 2005년에 했던 실수를 되풀이할지 여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연준은 2004년 6월에 "예측 가능한 속도(measured pace)"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언급하며 회의마다 25bp씩 금리를 올렸다.

이후 2005년 12월에 일부 위원들은 해당 표현이 의도와 다르게 "자동으로" 금리를 올린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며 해당 문구를 수정하자고 요구했다.

연준은 그럼에도 해당 회의는 물론 이후 네 번 더 금리를 더 올린 이후 해당 문구를 수정했으며 이후 이를 폐기했다.

문제는 당시에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함에도 장기 국채 금리가 낮아지는 현상으로 미국의 금융 환경은 제때 조여지지 않았고, 이는 결국 주택 버블과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년 동안 17번 회의에서 금리는 회의마다 25bp 인상됐다.

더들리는 "당시의 교훈은 우리는 금융 환경을 조여야 했지만, 연준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과거보다 시장과 소통할 도구가 늘어난 점은 과거와 같은 실수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키운다.

연준은 포워드 가이던스 이외에도 2005년과 달리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를 통해서도 시장과 소통할 수 있다.

또 내년 회의부터는 회의마다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어 적어도 30분간은 연준이 시장과 소통할 시간이 마련된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책 경로를 정확히 알 때 포워드 가이던스를 예약해둬야 한다"고 언급해 사전에 시장에 신호를 줄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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