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올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국내 화학업계는 설비투자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과 맞물려 내년에는 M&A 등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2조6천억원을 투자해 80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과 폴리올레핀(PO) 설비를 증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의 에틸렌 기준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은 330만t으로 늘어난다.

앞서 LG화학이 지난해 4월 약 1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중국 화남공장의 아크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수지(ABS) 중국 설비증설도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초부터 미국 에탄분해시설(ECC)과 에틸렌글리콜(EG)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이 M&A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LG화학은 올해 1건의 M&A를 성사시켰다. 전장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난 9월 LG화학은 미국 자동차 접착제 전문업체인 유니실 지분 100%를 인수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와 양극재 등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하고 대응했다. 중국에 합작생산법인까지 설립했다.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타이탄 인수에 이어 2015년 삼성화학사(현 롯데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와 빅딜을 성공시킨 롯데케미칼도 올해 M&A에는 미온적이었다.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화학업계는 신사업 진출을 위해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M&A 자금으로 활용할 유동성도 풍부했다는 평가다.

올해 9월 말 기준 LG화학은 3조669원을, 롯데케미칼은 2조902억원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보유한 현금이 많다고 해서 무작정 M&A에 나설 수만은 없다"며 "현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수하기에 마땅한 매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은 총수 부재로 신사업 진출은 물론 신증설까지도 올스톱하기도 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를 화학사업 거점으로 키우기 위해 4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나마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법정구속에서 풀려나면서부터 하나둘씩 큼지막한 투자건을 처리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향후 5년간 50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가운데 화학부문에만 전체 투자 규모의 40%인 2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앞으로 롯데케미칼이 공격적인 M&A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욱이 신증설보다 상대적으로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M&A가 신사업 공략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미국 ECC(에탄분해시설) 및 MEG(70만톤)를 내년 1분기에 상업 가동할 예정"이라며 "인도네시아 NCC(나프타분해시설) 100만톤 투자 외에도 글로벌 M&A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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