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양해각서는 Binding 한가요?" 고객으로부터 가끔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여기에서 'Binding'이란 법적 구속력을 말하는 것인데, 법적 구속력이란 쉽게 설명하면 당사자에게 법률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지, 소송을 통한 청구 및 집행이 가능한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양해각서의 법적 구속력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이를 "양해각서를 체결하면 이어서 본 계약(Definitive agreement)을 체결하여야만 하는지"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단답형으로 답변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양해각서에는 1장으로 된 선언적인 양해각서로부터, 본 계약서(안)를 첨부하고 협상가능한 항목을 명시한 양해각서, 첨부한 본 계약서 수정안 외의 수정사항은 수정 요구하지 않겠다는 확약이 반영된 양해각서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양해각서 형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이든 양해각서는 본 계약 체결 전의 일종의 중간적인 합의로서 양자는 실질적으로 구별되므로, 이러한 의미에서 100% 'Binding'한 양해각서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법적 구속력의 원래 의미에 대한 논의로 돌아가면 실무상으로는 양해각서에 명시적으로 법적 구속력에 대한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가장 단순하게는 "본 양해각서는 당사자 사이에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한다" 또는 "본 양해각서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등의 규정을 두는 식이다.

법적 구속력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가 서로 다른 경우가 존재할 수 있어 분쟁 소지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법적 구속력에 관한 조항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만약 양해각서에 이런 법적 구속력 조항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양해각서도 당사가 간 약정인 만큼 계약의 일반원칙에 따라 법적 구속력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다만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에 따라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구한다. 예컨대 하급심 판례 중에는 "양해각서의 전반적인 문언의 내용과 취지, 그 체결 동기와 경위, 체결 이후의 여러 정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본계약 체결 이전에 이루어진 잠정적 합의에 불과한 것으로서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여 해당 양해각서의 법적 구속력을 부정한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불명확성 내지 불측의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양해각서에는 법적 구속력 조항을 명기함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양해각서에 따라서는 조항별로 법적 구속력 여부를 달리 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 예컨대 일부 거래조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협의를 예정하여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비밀유지의무나 배타적 협상 권한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양해각서의 법적 구속력 조항에서 "본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다만 …조항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식의 규정을 두는 것으로 대처할 수 있다.

만약 양해각서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경우라면 당사자들은 양해각서에 따른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므로 법적 책임 없이 본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교섭에서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양해각서를 만연히 체결하여서는 곤란하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의 경우라도 본계약 협상 단계에서 양해각서와 상충하는 내용을 주장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M&A 변호사로서 실무를 하다 보면 고객이 스스로 양해각서를 이미 체결한 단계에서 의뢰해 오는 경우들도 있다. 그중에는 이미 체결된 양해각서의 문제점으로 고객의 이익이 제한받게 돼 안타깝게 여겨지는 경우들도 상당하다. 따라서 양해각서는 그 법적 구속력 여부와 상관없이 주의 깊게 준비돼야 하며, 경험 많은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법무법인 광장 김경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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