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경기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실물 경제의 바로미터인 성장률과 기업 실적이 모두 최악을 치닫고 있어서다. 경제성장률은 2분기와 3분기 모두 전 분기 대비 0.6%에 그쳤다. 경기하강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내년에도 추세의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주식시장 호황을 등에 업고 낙관적인 전망이 많이 나왔으나 1년 만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1년 새 기업들의 실적은 어디가 바닥인지 모를 정도로 추락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인한 중국 관련 기업들의 실적 추락과 글로벌 환경 악화로 인한 현대자동차의 실적 쇼크, 경쟁력 저하로 고전 중인 조선, 중공업을 비롯한 중후장대 산업 등 산업계 전반적으로 침체의 기운이 확산되고 있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해주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내년에 더욱 허리띠를 졸라맬 조짐이다. 주요 기업들의 올해 연말 인사 키워드는 감량경영이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임원 승진을 작년보다 30%나 줄였고, 현대차그룹도 임원 승진을 최소화한 것은 물론 중국 사업본부 등 해외사업부 수장을 교체해 분위기를 일신했다. 그밖에 전사적인 비용관리를 주문한 곳도 많고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곳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는 기업들이 보는 내년 전망이 그만큼 어둡다는 방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들(CEO)을 상대로 한 내년 경영전망 조사를 보면 70%의 CEO들이 한국 경제가 장기형 불황에 진입했다는데 동의했다. 작년 조사 때는 49%였지만 20% 이상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기업들이 과감한 다이어트에 들어가게 되면 그 여파는 국민경제에 고스란히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들의 감량경영은 협력사나 중소기업들에도 연쇄적으로 전이될 것이며, 투자와 소비 감소, 성장 위축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외 환경 역시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무역 전쟁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내년에도 계속된다는 점은 우리 경제의 항로에 암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국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야 풀리는 장기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 내년에도 결국 이 모든 악재를 버티고 감내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실을 다지며 위기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위기에 닥쳤을 때 믿을 수 없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며 극복하는 우리 민족 특유의 DNA가 빛을 발할 것으로 믿는다. 언제 이 깊은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알 순 없지만, 우리 경제가 분명히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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