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윤구 기자 = 한화그룹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인수·합병(M&A)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고용 승계 등을 이유로 금융지주사들이 주저하는 상황에서 한화가 유력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생명 내 롯데카드·손보 인수를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가 직접 진두지휘한다.

여 대표는 한화그룹 내 대표적인 금융전문가이자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 10월 전략기획담당 사장에서 한화생명 대표가 된 것도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알려졌다.

TF는 다음 주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손보 매각을 위한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하면 실사와 예비입찰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화그룹은 롯데카드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롯데캐피탈 인수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손보 패키지 매각을 선호하는 만큼 롯데카드 인수를 위해 롯데손보도 함께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한화그룹은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가 보험업에 편중된 금융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카드는 고객 빅데이터가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롯데카드의 올해 3분기까지 회원 수는 771만명가량으로 추산되는 등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기반을 두고 있어 기존 금융사 고객 데이터와 차별화될 수 있다.

또 한화그룹은 백화점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화갤러리아를 보유하고 있어 롯데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 기존 갤러리아백화점카드를 범용 신용카드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며 생명보험, 손해보험, 카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게 된다.

롯데손보의 경우 퇴직연금 규모가 커 이를 흡수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매물로 떠오를 수 있다. 롯데손보의 올해 9월 말 기준 총자산은 13조3천507억원으로 이 가운데 퇴직연금 자산 비중은 44.8%를 차지했다.

대부분 롯데그룹 계열사 물량으로 롯데손보를 인수하면 롯데그룹 퇴직연금을 고스란히 운용할 수 있다.

다만, 롯데손보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올해 3분기 말 157.63%에 그친 것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소폭 웃돈 수준으로 2022년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는 "한화생명이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사실상 독보적인 후보로 보고 있다"면서 "카드와 보험 간 시너지는 물론, 한화와 롯데의 대기업 간 시너지도 함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이외 일부 금융지주사와 MBK파트너스도 롯데카드·손보 인수를 검토 중이다.

KB금융지주는 KB국민카드 내 3명의 롯데카드 인수 준비단을 구성했으며, BNK금융지주도 매각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으로부터 티저레터(Teaser Letter)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고 실무진 차원에서 인수를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지주도 롯데카드와 손보 인수에 관심을 두고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들 금융지주사가 롯데카드와 손보를 인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과 인수 후 통합(PMI)이다.

롯데그룹은 두 회사를 묶어 2조원 이상에 팔길 원하고 있다. 반면 인수 후보자들은 롯데카드 1조원 미만, 롯데손보 5천억원 이하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율 인하 압박으로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 손보는 국제 보험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추가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이 매력도를 낮추고 있다.

여기에 직원들의 고용 승계도 문제다.

한 카드사 CEO는 "롯데카드 직원 연봉이 은행계 카드사 직원의 60% 수준인데 합병 후 전체적인 연봉 수준을 상향 조정하게 되면 인건비 부담이 감당 못 할 정도가 될 수 있다"면서 "1천700명에 달하는 롯데카드 직원 중 약 10% 정도만 고용 승계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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