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선택했다.

연이은 검찰 수사로 어수선해진 조직을 추스르고, 쇄신을 통한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내 활력을 되살려보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은 21일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를 열고 신한은행과 신한생명, 신한금융투자 등 핵심 계열사 7곳의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교체했다.

최근 신한금융을 둘러싼 대외 여건이 호의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조 회장은 쇄신 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특히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2년의 임기만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통상 2년 임기를 마치고 1년 더 해 온 관행이 깨진 것이어서 내부에서도 파격이라는 평가다.

신한은행이 올해 매 분기마다 최대 이익을 내는 등 경영 실적에서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과거 '신한 사태'를 촉발한 '남산 3억 원'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시작한 것이 결국 위 행장의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남산 3억 원' 사건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008년 2월 중순 무렵,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측이 서울 남산 인근에서 정권 실세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이는 당시 라 전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 위 행장에게 고스란히 부담이 됐다. 검찰은 위 행장 등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을 대상으로 재수사에 나섰다.

본인들은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조 회장과 위 행장 간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위 행장의 퇴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그간 조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해 온 진옥동 부사장이 위 행장의 뒤를 잇기로 한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다른 계열사의 경우 철저한 능력 중심의 세대교체성 인사라는 점에서 조 회장의 향후 경영 방향을 점칠 수 있다.

특히 외부 출신 인사가 두 명이나 계열사 CEO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신한금융투자 사장에 내정된 김병철 부사장은 자본시장 전문가로 2012년에 신한금융에 둥지를 틀었다.

정문국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 역시 오랜 기간 외국계 생명보험사 CEO를 역임한 보험 전문가다.

조 회장은 올해 가장 큰 성과인 오렌지라이프 인수의 향후 PMI 작업 등을 고려해 외부 출신인 정 사장을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이끌었던 장동기 지주 부사장에게는 GMS사업부문장을 맡겼다.

신한은행에서 인사를 담당했던 박우혁 부행장은 지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은행의 디지털금융을 이끌어온 서춘석 부행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서울시금고와 인천시금고를 따낸 기관영업 담당 주철수 부행장과 행 내 영업통으로 유명한 고윤주 부행장도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직의 쇄신이 필요한 시기라는 데 조 회장을 비롯한 다수의 이사진이 공감한 것으로 안다"며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내세우고 있는 조 회장의 경영에 좀 더 힘이 실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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