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노인들의 나라'인 일본의 실패 모델과 닮은꼴로 전락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도시 건설에 치중하는 대증요법식 부동산 정책만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일본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신도시를 중심으로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등 또 다른 사회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기 신도시는 경기 남양주와 하남, 과천, 인천 계양 등에 들어선다. 공급되는 주택 규모만 총 12만2천가구다. 여기에다 서울에도 역세권을 중심으로 1만9천가구가 추가 공급된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광풍이 일던 시절에 공급된 물량도 내년까지 70만호에 이른다.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인 2015년부터 부동산 광풍이 일기 시작했고 이 때 공급된 물량이 이제 입주를 앞두고 있다.







<12만2천 가구 규모로 조성될 3기 신도시 후보지>

아파트 입주 예정 70만호는 엄청난 물량이다. 1990년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가 조성될 당시 공급물량이 200만호였다.당시에도 한꺼번에 200만호가 공급되진 않았다. 1994~1995년에 82만가구, 1997~1998년에 83만가구 등 순차적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전,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경기가 좋았던 덕분에 유사이래 최대였던 1기 신도시 주택은 무리없이 소화됐다. 당시에는 주택보급률도 86%에 불과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15~64세 연령의 사람을 일컫는 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부터 줄어드는 등 이른바 '인구보너스'시대가 끝났다. 주택보급률도 2014년 기준으로 118%에 달한다.

중도금 상환유예가 적용됐던 70만호의 집단대출이 개인 대출로 전환되는 데 따른 리스크도 고려돼야 한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지 않은 가운데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당시 중도금에 대한 집단대출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적용되지 않았다. 주택수요자들의 상환능력 여부에 관계없이 대출이 나갔다는 의미다. 카드사가 부실화됐던 2000년 무렵 길거리에서 묻지마식으로 카드 가입이 가능했던 구조와 비슷하다. 소득 증빙이 없이 빚을 당겨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환갑인 이른바 '58년 개띠'로 불리는 베이비부머의 퇴장은 주택 시장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소득절벽에 노출된 일부 베이비부머들이 부동산 보유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3기 신도시가 완공되는 직후인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기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전망이다. 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이라는 의미다.

노인의 나라인 일본은 도쿄의 부동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조성한 다마신도시가 공동화되는 등 신도시 조성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린 지 오래됐다. 저출산·고령화 등에 시달리는 일본의 닮은 꼴인 우리가 '다마신도시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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