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약세 흐름이 이어지는 와중에서도 달러-원 환율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뉴욕 및 도쿄 증시가 무너지고, 코스피가 1% 이상 하락했던 지난 26일에도 달러-원은 장중에 2원 이상 쉽게 오르지 못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미국발(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도 덩달아 나타나고 있으므로, 신흥국 통화가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A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27일 "달러 가치와 위험자산 회피(리스크 오프)가 부딪힌다"며 "주식이 망가지고 있지만, 환율은 미국이 안 좋으니 달러 강세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안전자산 선호로 연결되지 않는다"며 "미국 국채 10년물이 계속 눌리고 있으니, 달러 강세로 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밀리고 있는데, 신흥국은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달러 약세 모멘텀은 미국에 국한됐다"고 설명했다.

B 은행 트레이딩 부장은 "현재 환율이 오를 수 있는 이유는 심리 말고는 없다"며 "신흥국으로 해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장은 "근래 코스피 2,000이 깨질 때도 달러-원은 안정적이었다"며 "어차피 레인지라는 인식도 관성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승자는 레인지 트레이더"라고 판단했다.

C 은행 딜러는 "방향성이 너무 없어서, 최근 포지션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기관이 전무하다"며 "무역협상이나 미국 재료가 풀리지 않고 계속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지난 25일 도쿄 주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많이 내렸지만, 달러-원은 위안화를 보면서 버텼다"며 "최근에는 2∼3년 전과 달리 정말 수급만 처리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과도하게 예민하다고 지적했다.

D 은행 본부장은 "주가가 급등락해도 환율은 안 움직인다"며 "이왕 주식에서 손해를 많이 봤기 때문에, 내년 출발을 좋게 하려고 일부러 연말 매도 물량을 집중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 본부장은 "주식시장과 환율이 이렇게 반응하는 경우는 20년 동안 거래를 하는 중에 거의 처음인 것 같다"며 "최근 코스피는 대만 주식시장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금융시장의 한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외환 및 주식시장 트레이더들이 휴가를 많이 갔는데, 주식은 기계들이 거래를 대체한다는 느낌"이라며 "주가 움직임이 너무 과격하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원화의 경우는 위안화가 조용하다는 영향도 있다"며 "상단은 7.0위안으로 오를 수 없고, 아래는 6.9위안 밑으로 저가 매수가 끊임없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의 다른 참가자는 "뉴스 등을 기반으로 사자 팔자가 정해지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외환시장은 상대적으로 '인간적'"이라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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