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중국 정부가 미국이 무역 갈등에서 문제 삼는 지식재산권·강제 기술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인 신규 외국인투자법 초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26일(현지시간) 신규 법안의 초안 전문을 공공 의견 청취 목적으로 공개했다면서 법안의 내용을 정리해 보도했다.

이 외국인투자법은 중국이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제출한 초안으로 관련 심의가 시작된 상태다.



◇강제 기술 이전 금지

우선 신규 외국인투자법 초안은 외국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명확히 보호하도록 하고, 강제 기술 이전 문제를 방지하는 조항을 담았다.

이 법안은 중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 기업 간의 기술 합작은 자발적인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며, 행정 기관이나 정부가 행정적 수단을 활용해 기술 이전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무역 갈등에서 미국 측이 문제 삼아 왔던 '강제적인 기술 이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조항이 중국의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것일 뿐,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력'이라는 용어 자체가 외국인 투자 기업에는 강제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간 외국인 투자 기업들은 '기술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핵심 기술을 중국 기업에 이전해 왔다.



◇외국기업, 내국민 대우

외국인 투자법 초안은 외국산 물품이라도 일단 수입이 완료된 후에는 자국산 물품과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국제법상 원칙인 내국민 대우를 반영하고 있다.

내국민 대우에 따르면 중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 기업의 제품은 중국 내에서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과 산업 기준을 산정하는 데 있어 외국인 기업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조항들이 포함됐다.

그러나 내국민 대우의 원칙이 반영됐다 하더라도 이것이 국내·외국인 투자 기업들에 동등한 경쟁 조건을 가져다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서 이사는 중국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다양한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 받아 왔다면서 이를 완전히 차단하는 일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외국인 기업, 금융 제한 완화

신규 외국인투자법 초안은 외국인 투자 기업의 금융거래와 자금조달과 관련해서도 자율권을 강화하고 규제를 완화했다.

이번 법안은 외국인 투자 기업이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해외 송금 시 위안화나 외화 중 기업이 선호하는 통화로 수익을 송금할 수 있는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



◇ 中 기업 해외 투자 보호…상응 조치 허용

신규 외국인투자법 초안에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보호하는 내용도 담겼다.

만약 중국이 해외 투자와 외국인 투자 등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에 대한 감독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을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보복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최근 중국 기업 및 투자에 대한 감독·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 유럽연합(EU)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투자 규제를 엄격히 강화하고 있다.



◇해외 투자 관련 제도·절차 개선

신규 외국인투자법 초안은 기존의 3가지 외국인투자 관련 법을 하나로 결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겹치거나 상반되는 법규에 따른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제도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신규 외국인투자법 초안은 외국인투자와 관련한 절차와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법안이 외국인투자와 관련한 규정을 마련할 때 외국인 기업의 피드백을 요청하고, 불만 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신규 외국인투자법 초안이 "외국인투자에 관련된 메커니즘을 설치·개선하고, 외국인 기업에 대한 개방·공정·투명한 사업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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