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정원 기자 =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산업은행에 개인 재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28일 금융시장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산업은행에 금호고속 보통주 14만8천12주, 금호산업 1만주, 아시아나항공 1만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에서 빌린 700억원의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서다.

금호고속 지분을 제외한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가치는 전날 종가 기준 1억5천만원 수준이어서 사실상 '상징성'에 가깝다는 평가다.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지배회사인 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박 회장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면 그룹을 날릴 수 있다는 위험도 공존한다.

박 회장은 앞서 금호타이어 차입금을 대응하기 위해 금호고속 지분 일부를 산업은행에 제공한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담보 잡은 금호고속 지분 규모는 그룹에 위험이 발생 시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박 회장이 담보를 내놓은 또 다른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이행하지 못한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초 올해 2분기 안으로 2억달러(약 2천2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이어진 탓에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했고 발행은 미뤄졌다.

비슷한 이유로 3분기에 시행하려던 1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인천 제2 격납고 담보부 사채 발행도 불발로 끝났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개선 이행 의지가 '낮다'고 판단할 소지는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의 상장도 올해 안으로 마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만난 것으로도 알려졌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588%에서 지난 9월 말 560%로 소폭 떨어졌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의 배수도 2016년부터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입장에서 어떤 후속 조처를 할지 관심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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