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금융시장은 연초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던 적이 많습니다. 예기치 않은 사건 발생에 따른 충격은 대부분 시장 참가자들이 특정한 방향만을 예상했을 때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발생 시 큰 파급효과를 낼 블랙스완 사건들을 가상의 시나리오 형태로 정리해봤습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빠르게 식어가는 주택시장 분위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은 깊어졌다

서울 주택시장은 눈치 보기 장세를 이어가다 올해 들어 본격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매도 호가는 연일 낮아졌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월에만 0.3% 내린 데 이어 2월 0.5%, 3월에는 0.8% 수준까지 낙폭을 키웠다.

주택경기 둔화에 건설 투자 감소 등을 반영하자 한국 경제가 가진 민낯도 드러났다.

수출은 여전히 호조를 보였지만, 구조적인 고용 부진이 이어졌고 내수는 위축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물가 지표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물가에 전반적으로 하방압력을 가했다.

내수 부진에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도 약해졌다.

이에 1분기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2~1.3% 오르는 데 그쳤다.

통화정책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인 성장률과 물가가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작년 금리 인상 배경으로 지목됐던 주택시장은 올해는 금리 인하론자들의 논거로 작용했다.

경기가 이미 부진한 가운데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추가적 하방압력은 막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 통화정책도 국내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3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연이은 주가 하락에 속도 조절에 나섰고, 다음 연준의 통화정책은 완화를 가리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2007년 8월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했으나, 9월에는 50bp나 금리가 인하된 사례가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은 가상 시나리오다. 아직은 낯설지만, 현재도 채권시장이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전 거래일(12월 31일) 국고채 1년 금리는 1.748%로, 현행 기준금리(1.75%)를 밑돌았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시장금리가 추가 인상 전망을 반영해 기준금리를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깜빡이를 그대로 켜고 있지만, 다음 기준금리 방향은 아래를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셈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아주 단순하게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는 것이 아니라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의 재정정책뿐 아니라 다시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중 미국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중국의 통화 완화가 이어진다면 실제 실행은 어렵더라도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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