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대차대조표 축소 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파월 의장은 당시 발언에서 "대차대조표 축소가 원활하게 진행됐고, 목표에 부합했다"면서 "(우리가) 이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발언은 금융시장의 매도세를 촉발한 원인이 됐다. 특히 파월 의장이 "대차대조표 축소를 자동으로(on automatic pilot) 하고, 들어오는 지표에 따라 통화정책, 즉 금리정책을 조정하겠다"고 한 답변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준은 2017년 10월부터 대차대조표를 축소해왔으며 작년 4분기부터 보유 한도 축소 한도를 월 500억 달러로 상향한 상태다.
보유자산 축소는 만기 도래하는 채권 중 일정액에 대해 재투자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미 국채가 60%, 나머지 40%는 주택저당증권(MBS)과 정부 기관채이다.
연준 홈페이지에 따르면 12월 26일 기준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4조756억 달러로 지난 1여년간 3천800억 달러가량이 축소됐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2007년 8월 8천700억 달러에서 2015년 1월 4조5천억 달러까지 증가한 바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에 관해서는 현행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당분간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파월 역시 과거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장에 상당한 변동성을 야기한 점을 인정하고, 이를 신중하게 검토했다는 점을 강조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2013년과 2014년 시장은 대차대조표 규모나 자산 매입 속도, 매입 축소 속도 등과 관련한 뉴스에 매우 민감해했다는 교훈을 얻었다"라며 "따라서 우리는 정상화의 방법 등 이것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지 않도록 정책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연준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대차대조표 축소가 현재 고려 중인 선택지가 아니라는 사실에 시장이 실망했다며 시장의 급락은 시장이 대차대조표 정상화의 속도가 느려질 것을 가격에 반영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쉬나 구하 중앙은행 정책 헤드는 보고서에서 올해는 대차대조표 축소 논의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과 함께 대차대조표가 동시에 축소되고 있어 시장의 압박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웰스파고 에셋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센 전략가는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 조합은 주식시장에 상당히 부정적인 조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의 12월 FOMC 이후 투자자들은 통화정책이 '자동 주행 상태'에 있다고 판단하게 됐다며 문제는 연준의 긴축이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때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현 속도대로라면 올해 말 3조4천억달러로 줄어들게 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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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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