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해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뉴욕증시에 희망이 퍼지고 있다.

12월 초·중반 가파른 하락 이후 월말 강한 뒷심을 발휘한 증시는 첫 거래일도 전약후강으로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장중 400~500포인트가량을 내줘도 결국 상승세로 반전하는 힘이 뉴욕증시에는 확실히 있다.

비관론만 가득하던 월가에 12월 말부터 '오늘의 고통이 내일의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통상 '산타 랠리' 덕분에 12월은 월간 수익률이 낮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뉴욕증시는 1931년 이후 가장 좋지 못했다.

3분기 연속 주가를 올려놓고도 4분기에 이 상승분을 모두 까먹고 연간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보기 드문 기록도 세웠다.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약세장 진입 역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일어났다.

월가에서는 지난해 나빴기 때문에 오히려 올해 좋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스티넷은 '백투백' 하락이 역사상 매우 드물다는 통계를 가지고 나왔다. 1927년 이후 연간으로 하락한 경우는 3분의 1이나 됐지만, 2년이나 3년 연속으로 내리막을 걸은 것은 92년 동안 단 네 번의 기간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S&P500의 경우 연속으로 주가가 내린 것은 1929~1932년, 1939~1941년, 1973~1974년, 2000~2003년 등 4번뿐이었다.

인스티넷은 "장기투자자들에게 이는 기억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파이퍼제프리도 6.2% 떨어진 지난해와 닮아 있는 최근 두 해의 사례를 들며 급반등 가능성을 제시했다.

1954년 S&P500은 45% 급등했다. 직전 해인 1953년 지수는 6.6% 하락했다.

1991년의 26.3% 급등 역시 그 전 해인 1990년의 6.56% 하락 이후에 나왔다.

파이퍼제프리는 "지난해의 실망스러운 주식시장이 역사적으로 다음 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불행 속의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며 "기술적으로도 전반적인 시장 환경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월가의 유명 분석가들도 낙관론에 동참했다.

로이트홀트 그룹의 짐 폴슨 수석 투자 전략가는 "경기침체 전망이 횡횡하고 더 많은 사람이 약세장을 전망하며 시장 심리는 매우 훼손됐다"며 "바닥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며 시장의 불안감도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내년 연준이 전략을 바꿔 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50%"라면서 "바닥에 가까이 도달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다시 올라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경기 둔화로 동요할 수 있지만, 경기침체는 아니다"며 "주식투자에 꽤 좋은 한 해를 맞게 됐으며 수익률은 5~15%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증시에 작은 흠집이 있었지만, 무역 합의가 이뤄지면 회복할 것"이라며 연초부터 최근 하락한 주식시장 얘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월가나 백악관이나 조심스러운 바닥을 예상한다.

경제지표도 성장률이 둔화할 수는 있어도 경제 침체로 향한다는 조짐을 보이지 않지만, 투자자들의 공포는 이미 너무 커졌다.

지난해 구글 검색에 경기침체를 뜻하는 '리세션'이 언급된 횟수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2011년은 유럽이 부채 위기에 직면했고, 유로존의 붕괴를 이끌었던 때다.

약세장을 뜻하는 '베어마켓' 역시 최근 검색에서 급상승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약세장 우려가 극심했던 2008년 7월보다 50% 이상 더 높다.

더 일반적인 트위터에서도 리세션 언급 횟수는 구글과 거의 일치했다. 2010년 이후부터 자료가 조재하는 트위터 언급에서 2016년 이후 가장 많아졌다. 2016년에는 중국 통화 위기, 치솟는 유가 등의 문제가 불거졌던 때다.

2019년 연말 뉴욕증시는 어떤 기록을 쏟아낼지 관심이 쏠린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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