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홍콩 달러 페그제 폐지 가능성이 올해 주목해야 할 블랙스완으로 꼽힌다.

홍콩 정부가 페그제를 포기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미 바닥권에 도달한 서울채권시장의 금리 레벨을 더 낮출 수 있다.

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홍콩 달러 페그제 폐지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다.

미국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홍콩 금리 상승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하락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홍콩 부동산 가격은 지난 13년 동안 급등했다.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가운데 저금리 환경 지속, 중국 본토의 자금 유입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다.

미 금리 인상에 발맞춰 홍콩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은행도 대출금리를 올렸다. 금리 상승은 집값 조정으로 연결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2015년 두 차례의 홍콩 부동산 가격 조정은 모기지 금리 상승에서 촉발됐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되더라도 미국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달러화 가치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열려있다.

또 홍콩 통화가치 방어를 위한 당국의 보유외환 사용은 홍콩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홍콩은 페그제 방어를 위해 매수 개입을 지속해서 단행하고 있다. 홍콩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말 현재 4천231억 달러다. 작년 초 4천415억 달러보다 184억 달러 줄어들었다.

홍콩 불안이 아시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홍콩은 중국 본토 금융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 금융시장은 재작년부터 중국과의 동조화가 심화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한 후 작년 중 중국과 한국 증시의 상관관계는 0.9를 넘는 등 동조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 홍콩 H 지수가 급락하고 페그제 폐지 우려가 본격화했던 당시, 한국 국고채 금리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큰 폭의 하락을 나타냈다. 국고채 10년물은 두 달여 동안 44bp, 국고채 3년물은 32bp 하락했다.

홍콩과 중국 금융시장 불안이 나타날 경우 서울채권시장은 금리 하락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역캐리장세가 본격화했음에도 금리 레벨이 추가로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자본이익을 추구한다면 금리 하락이 기회가 될 여지가 크다. 반면 역캐리와 자본이득 사이에서 전략적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양쪽에서 손실이 날 수도 있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며 "페그제는 홍콩을 지탱한 축이지만 취약한 연결고리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 금융시장이 무너질 경우 중국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은 동조화 심화로 중국 금융시장 불안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홍콩의 달러 페그제란

페그제는 고정환율제의 한 형태다. 통화가치를 특정 국가의 통화에 고정하고 정해진 환율로 교환한다. 홍콩은 1983년 홍콩 달러의 미 달러 페그제를 도입했다.

미 달러당 7.75~7.85 홍콩 달러 범위에서 운용하고 있다.

페그제를 위협한 사건은 여러 번 있었다. 1987년 전 세계 주가가 폭락했던 블랙먼데이,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5년 중국 위안화 절하 등 굵직한 사건에도 홍콩은 페그제를 유지했다.

지난 12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했다. 자국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미국 금리 인상에 페그되면서 경기둔화 및 부동산시장 폭락 우려가 부각됐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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