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자본확충 과정에서 투자자 이탈로 몸살을 앓았던 이랜드그룹이 자금조달 '새 판 짜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는 기존 투자자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출자한 2천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모두 상환했다.

이는 지난해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로 참여했던 앵커에쿼티가 콜옵션 행사를 요구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말 메리츠금융그룹의 3천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도 상환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기존 투자자들과의 콜옵션 이슈도 대부분 일단락됐다는 평가다.

앞서 이랜드그룹은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추진하면서 메리츠와 앵커에쿼티를 상대로 5천억원 규모의 CPS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도미누스, 산업은행PE 등을 상대로 추가로 투자를 유치해 당초 계획한 자금조달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추가 투자 유치가 실패로 끝났고, 기존 투자자들까지 투자금 회수를 요청하면서 이랜드의 자본확충 작업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이에 이랜드월드는 기존 투자자들의 CPS 상환을 위해 해외투자자를 상대로 투자유치를 재추진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랜드월드를 통한 자본확충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에는 자회사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이랜드월드에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는 메리츠를 상대로 발행한 4천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도 상환을 끝냈다.

만기는 아직 남았지만, 금리 수준이 부담스러웠던 데 따른 대응이었다. 또 담보로 잡혀있던 이랜드리테일 지분 등을 해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도 나왔다.

메리츠 사모사채 상환에는 내부 현금과 한국투자증권 브릿지론을 통해 확보한 2천억원 등이 활용됐다.

또 이랜드는 쥬얼리 사업부 매각으로 확보하게 될 2천억원을 활용해 3개월 만기인 한국투자증권의 브릿지론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랜드월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10% 수준을 차지하는 쥬얼리 사업부가 자회사인 이월드로 넘어가면서, 이랜드월드를 통한 자금조달은 더욱 쉽지 않아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기존 투자자들과의 고리를 끊는 데 성공한 이랜드그룹은 향후 주력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미 지난달 27일 거래소에 상장예비 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IPO를 위한 대표주관사에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을 선정했다.

지난 2017년 6월 프리IPO에 나서면서 69% 지분을 확보한 재무적투자자(FI)들과 상장을 약속한 만큼, 올해 상반기까지 IPO 작업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랜드리테일의 기존 FI들을 MBK파트너스, JKL파트너스 등이 대신 채우면서 상장을 늦추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의 투자자 교체는 과거 검토했던 방안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이랜드리테일을 상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굳혔다"고 강조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2천4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2천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그룹 내 '알짜' 계열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가치가 2조원 안팎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한편,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동아백화점 대구 본점 등 5개 점포의 매각해 1천500억원 수준의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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