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환 헤지 비용 부담으로 그동안 주춤했던 보험사의 해외투자가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격차 축소 등의 영향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외화유가증권 투자 규모는 96조8천736억원으로 2017년 말보다 11.1% 증가했다.

한화생명이 24조3천494억원으로 해외채권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으며 교보생명 14조9천808억원, 삼성생명 14조4천664억원, NH농협생명 13조2천112억원 순이었다.

국내 보험사들은 그동안 2022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격차 축소를 위해 해외채권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2017년 말 국내 생보사의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87조1천979억원으로 1년 만에 10조원가량 급증했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자산과 부채 간 만기의 불일치가 커질수록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한국과 미국 간 금리역전 등 환 헤지 비용 확대로 보험사들은 해외채권 신규투자를 보류하는 대신 국내로 시선을 돌렸다.

실제로 지난해 5월까지 외화유가증권 투자는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국내에서 만기가 긴 채권 투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채권 투자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IFRS17 도입 연착륙을 위해 RBC비율 산출 시 적용하는 보험 계약의 만기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지난해 말에는 30년까지 늘려야 했다.

이에 장기채권의 지속적인 편입을 위해 보험사들이 환 헤지 부담에도 해외채권 투자에 다시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미국 금리 상승 추세로 환 헤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일단 해외채권을 담아가려는 투자심리도 반영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듀레이션 갭 축소와 투자 전략 등을 위해 장기채권 편입 차원에서 다시 해외채권 투자 규모를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한국의 금리역전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커 해외자산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이라며 "이종통화 채권,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등 해외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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