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우리카드가 우리은행 영업창구에서의 카드 판매 비중을 줄이려 하자 우리은행이 이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연초부터 금융지주 계열사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은 지난달 우리금융지주 경영진들이 모여 올해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우리카드의 우리은행 판매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카드 모집비용을 줄여 수수료 인하분을 감내하겠다는 취지로, 우리카드는 현재 절반 가까이 되는 은행 영업점 모집 비중을 30%대로 축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은행계 카드사들은 금융지주 계열사 시너지 차원에서 은행 창구를 하나의 영업망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신한카드를, KB국민은행에서 국민카드를 판매하는 식이다.

은행 직원들은 영업창구에서 카드를 판매해주는 대가로 한장당 4만~5만원의 판매대행수수료를 받는다. 카드 판매뿐 아니라 카드 비밀번호 변경이나 분실 처리 등에도 우리카드로부터 일정 부분 수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우리카드의 경우 2013년 분사하면서 다른 은행계 카드사보다 모집인 채널이 약해 은행 영업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카드의 은행 영업점 모집 비중은 2016년 63%, 2017년 55.2%, 2018년 49.9%로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신한·국민카드 등의 은행 창구 판매 비중이 2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그만큼 은행에 판매 대가로 치러야 하는 수수료 지출도 많다는 뜻이다.

올해부터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른 큰 폭의 수익감소가 예상되면서 정 사장은 오프라인 대면 채널을 통한 고비용 모집구조를 지속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 온라인 영업 확대 등 모집 전략을 다변화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개편안이 이달부터 적용되면서 우리카드 연 수익이 약 700억~8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이 같은 정 사장의 방침이 탐탁지 않다. 우리카드가 은행판매 비중을 줄이는 만큼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은행 수수료 수익 가운데 신용카드 수수료 이익은 2천440억원으로 전년 1천940억원보다 500억원(25.8%) 증가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카드 수수료 이익이 1천800억원에 달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수익감소가 현실화하면서 다양한 비용 절감책 중 하나로 모집비용 축소안도 검토되고 있다"며 "은행판매 비중 축소 기조는 매년 이어져 왔으며, 수수료 문제는 은행 측과 잘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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