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동결하거나 금리 인상을 한 번만 하는 상황은 올해 나타날 수 있는 블랙스완 이벤트 가운데 하나다.

7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은 이미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어 연준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연준은 지난 12월 점도표상의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3회에서 2회로 한 번만 낮춘 바 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고되는 이벤트가 현실화할 경우 연준 통화정책의 변화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전망이다.



◇ 시장의 금리 동결 전망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이미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6일(현지시간) 기준 시장이 전망한 올해 3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96.9%다. 나머지 3.1%도 인상이 아닌 인하 전망이다.

올해 11월 전망치를 봐도 한 번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5.0%에 불과하다. 동결 전망이 69.5%로 비중이 가장 크고, 한 번의 인하 기대가 22.7%다.

경기 침체의 전조로 알려진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도 점차 진행 중이다.

미 국채 10년과 2년의 스프레드는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이고, 3년과 2년의 스프레드는 이미 마이너스(-)다.

여기에 미·중 무역 전쟁의 충격까지 실물 경제에 나타난다면 연준이 금리 동결로 선회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금리 움직임과 달리 미국 경제는 아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12월 실업률은 3.9%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 신용카드 업체 마스터카드의 스펜딩펄스는 11월 1일부터 성탄전야까지의 소매 판매(자동차 제외)가 지난해보다 5.1%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6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위원은 "실물 경기가 여전히 견고해 금리 인상을 아예 하지 않을 가능성은 작다"며 "연준이 경기를 확인하면서 (인상) 경로를 정하겠다고 했는데 미국의 실물 경기가 쉽게 가라앉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 트럼프의 '파월 해고'

미국 경제 이외에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박이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백악관은 파월 의장의 자리는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린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월 2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과 올해 초 회동할 수 있다고 보도해 향후 전개가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연준이 정치적 압박에 금리 인상 기조를 완화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해고를 시도한다면 한국과 글로벌 채권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해임과 관련한 뉴스는 현실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트럼프가) 혹시라도 현실화시키려고 노력한다면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는 호재인 '블랙스완'

연준의 금리 동결 혹은 인상 기조의 급격한 완화는 한국 채권시장에 호재다.

특히 미국의 경기 둔화 상황을 가정한 연준의 금리 동결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고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는 더 하락하고 주가는 오를 것이기 때문에 나쁜 블랙스완이 아닌 좋은 블랙스완"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1번 올리고 끝나는 상황이라면 미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며 "그 상황에 국내 경기도 부진하다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국채금리 하단이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입장에서는 (블랙스완 상황을) 기대하는 바일 수 있다"면서도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약화로) 물가나 경기가 자극을 받으면서 장기금리는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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