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인하가 시행되는 때 오픈마켓들이 판매수수료 인상에 나서면서 문재인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한 정책 효과가 사라질 상황이 발생할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로 타격이 큰 상황에서 실제 인하 효과는 소상공인이 아닌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외국계나 대기업이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오픈마켓들은 최근 잇달아 판매수수료 인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오픈마켓은 인터넷상에서 물건을 직접 판매하지 않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G마켓과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들은 주요 판매 카테고리에서 수수료를 최대 13%로 상향할 계획이다.

실제 11번가는 최근 셀러 측에 리빙, 레저, 신선식품 등에서 1%포인트가량 판매수수료를 올리는 내용을 공지했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판매수수료는 카테고리별로 차이가 큰데,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마켓들은 가격 비교 등 각종 제휴 비용 증가를 수수료 인상의 주요 이유로 꼽고 있다.

다만, 카드 업계에서는 카드수수료 인하로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상황에 판매수수료를 올려 수수료 인상의 저항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다음 달부터는 결제대행업체(PG)를 이용하는 온라인 판매업자에게도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정 협의를 통해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기존에 소상공인→쇼핑몰→결제대행업체(PG)→카드사로 이어진 구조에서는 PG사가 대표 가맹점이 되기 때문에 수수료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에 카드사에 매출 정보를 줄 때 영세사업자를 구분하도록 해 앞으로 영세사업자에게도 수수료 우대혜택을 주도록 했다.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면 G마켓 등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영세 온라인 사업자의 신용카드 결제에 따른 수수료율이 2% 안팎으로 내려간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신용카드사의 어려움이 생기지만 오프라인·온라인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이번 대책의 효과로 온라인 소상공인들은 약 1천억원의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오픈마켓의 수수료 인상은 막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관리하기 편한 카드사들에는 무리한 수수료 인하를 강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은 글로벌 기업인 이베이코리아에서 운영하고 있고 11번가는 SK그룹의 계열사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도 "실제 카드수수료 인하가 소상공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번 사례 역시 카드사들만 억울한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카드수수료뿐만 아니라 오픈마켓의 과도한 수수료 역시 중소상공인들이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온 사안이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온라인 유통 분야 공정거래 정착을 위한 개선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조사한 애로실태조사 결과 과다한 비용(35.7%)이 중소기업의 가장 큰 불만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에 요구하는 지원정책 및 개선사항은 '정부 차원의 판매수수료 조정 및 관리'와 '판매수수료 담합 저지 및 인하'를 각각 1순위로 꼽았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정부가 카드사들에 과도할 정도의 수수료 인하를 결정해 놓고 실제 수수료 인하 효과를 외국계나 대기업이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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