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금융지주사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이 선호하는 패키지 매각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기존 계열사와 사업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고, 인수 이후 인력 구조조정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BNK금융지주에 롯데 금융계열사에 대한 기업상세소개서(IM)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BNK금융은 금융지주 중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으로 꼽혀 왔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이 취임 후 줄곧 비은행 부문 강화를 강조해온 데다, 계열사로 카드사와 손보사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금융계열사 매각 계획을 밝히자 김 회장은 직접 인수에 대한 실무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BNK금융 지분 11.1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금융계열사를 묶어 파는 패키지 매각을 선호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롯데 금융계열사 매각 금액이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BNK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목표인 5천600억 원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매물로 나온 주요 금융사의 인력이 상당하다는 점도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임직원 수는 각각 1천730명과 1천720명에 달한다.

고용 승계든 구조조정이든 쉽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롯데캐피탈 임직원 440여명까지 더할 경우 BNK금융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BNK금융은 이에 따라 큰 패키지 인수보다는 롯데손보 단독 인수를 선호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롯데그룹이 패키지 매각에서 개별 매각으로 전환한다면 BNK금융은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BNK금융을 제외한 다른 금융지주는 롯데 금융계열사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된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일찌감치 빠지면서 IM을 받지 않았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와 관련해서 현재 진행 중인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11일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데 따른 자본비율 하락으로 올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어려운 상태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자회사 자산에 현재와 같은 내부등급법이 아닌 표준등급법이 적용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15.8%(지난 9월 말 기준)에서 12.0%로 3.8%가량 떨어진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려면 금융감독원의 승인 심사를 거쳐 1년여간 시범 운영해야 한다.

일러야 2020년부터 내부등급법 적용이 가능하고 자본비율이 올라가며 대형 M&A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겸 우리은행장도 지난 3일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인수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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