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적자국채 소동'이 남긴 것들
<배수연의 전망대>'적자국채 소동'이 남긴 것들
  • 승인 2019.01.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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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머저리'는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지난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적자 국채 소동은 `머저리들의 합창' 같은 양상이라는 비난이 금융시장 일각에서 나온다.

적자국채 발행 관련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전 기획재정부 국채과 사무관, 정당한 정책 결정 과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정부, 재정정책과 국채발행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도 없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 등이 모두 그 주인공이다.

◇거시정책의 틀은 금리,환율,재정이다

국가를 운영하기 위한 거시경제 정책 수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돈의 값인 금리, 우리 돈과 상대국 돈의 교환가치인 환율, 그리고 세제와 예산으로 구성된 재정 등이 국가 경제를 운영할 때 관리해야 할 거시경제 틀이다.

이 가운데 기재부가 담당하는 분야는 환율과 재정이다. 우리나라 환율은 변동환율제를 통해 시장에서 결정된다. 원칙적으로 기재부는 환율결정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 경제펀더멘털과 괴리된 과열 양상을 보일 때만 구두경고 등을 통해 소극적으로 관리되는 영역이 환율이다.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 차원에서 관리하는 영역이고 정부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 기재부는 국고채 장단기물 비중 조절을 통해 장단기금리의 적정 스프레드(장단기 금리차이)를 관리할 뿐이다.

기재부가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영역은 결국 재정뿐이다. 확대 혹은 긴축 기조를 바탕으로 세제를 조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행위가 재정정책이다. 이 과정에서 세수와 예산의 미스매치를 보완하기 위해 발행되는 국채가 적자국채다. 국회 동의를 거쳐 발행한도가 정해진다. 발행한도가 정해지면 한도 내에서 정부가 재량껏 발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정의 영역인 국채발행이 사무관만의 몫인가

전 국채과 사무관은 굳이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적자국채를 청와대가 나서 억지로 발행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실무자로서 채권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국채 발행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정책의 영역을 사무관이 독단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할지 여부는 정권 차원에서 정무적으로 판단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의 결과로 경제가 좋아지지 않으면 선거 등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할 영역이다. 실무자급인 사무관 차원에서 결정할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주장하는 바이백을 통한 건전 재정에 대한 도그마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서울 채권시장의 일부 참가자들은 적자국채 발행 등을 통해 국채 공급 물량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잉여금이 국채 바이백 재원으로 활용되면서 국채 수익률을 오히려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에 대한 비전은 재정립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아 확대재정에 대한 비전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세입부서와 예산부서는 생래적으로 재정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 예산부서는 다양한 수요를 수용하다 보면 늘 예산이 모자란다. 세입부서는 경제여건과 징세 수준을 보수적으로 관측한다. 청와대와 기재부는 예산부서와 세입부서의 서로 다른 재정에 대한 비전을 조정해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모인사는 치열한 정책토론을 즐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사결정 방식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다양한 층위의 의견을 종합해서 결론을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토론에) 참여하면 (결과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갈등관리가 참여정부 시절 정책결정의 기본 메카니즘이었다. 토론에 참여하고 문제의 상황과 전개과정을 아는 실무자 등은 이견이 있어도 정책에 대해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빚더미에 시달리는 가계는 소비할 여력이 없다. 천문학적 규모의 사내유보금을 가진 기업은 4차산업 혁명 등 전환기를 맞아 겁이 나서 투자를 못한다. 정부가 왜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실무자급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대토론회가 필요할 듯 하다. 공무원이 정책을 구현하는 주체가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참여하면 저항하지 않는다." (취재부본부장)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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